무려한 면접관이랑 한 판 붙어봐?
나는 임기응변이 약해 이 말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친한 후배를 만났다. 후배가 이사를 가서 집구경도 하고 근사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이 나이에 이직을 하겠다고 면접을 보러 다닌 이야기, 면접 보면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던 이야기가 수다 중에 자연스럽게 나왔다.
후배는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했다. 맘에 안 들면 안 뽑으면 그만이지! 후배는 내 경험에 깊이 감정 이입을 하며 내 편을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친구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을 얘기해 주었다.
때는 10여 년 전 후배가 삼십 대 중반일 때 함께 미혼이었던 그녀의 친구 A의 이야기다. A는 학원 강사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A는 학원 수업은 아이들이 하교 후에나 시작하기에 오전시간에 할만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소득을 늘려볼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프랜차이즈 빵집에 면접 약속이 잡혔고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이력서를 받아 든 빵집 사장은 A를 한번 보고 이력서를 한번 보고를 반복하며 고개를 갸웃하기 시작했단다.
"아! 허 참! 이것 참! 이런 일이....?"
뭔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하며 A를 빤히 보다가 빵집 사장은 A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그 나이에 왜...... 아르바이트를 하세요? 결혼도 안 하신 거예요?"
A가 이력서에 현재 본업이 있다는 사실을 기재를 안 한 것인지 기재를 했는데도 빵집 사장이 못 본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빵집 사장의 첫 질문에 A는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면접을 보러 온 나이 많은 예비 아르바이트생이 굴하지 않고 대답하자 빵집 사장은 말실수를 하다가 제대로 걸린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더란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A는 빵집을 나왔다.
"와! 네 친구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해? 맞네! 안 뽑으면 그만이지. 난 당황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항상 당하고 나중에 후회한다니까."
인생을 살며 마주칠까 말까 할 무례한 사람을 나는 나이 50살에 면접을 보며 만나 보았다. 다른 건 다 떠나서 이력서나 그냥 돌려받고 나올 걸 하는 한숨이 쉬어진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나 복수를 꿈꾼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구직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리고 면접 과정 중에 무례한 면접관을 만나게 된다면 도전해 볼 만한 대응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참고로 다음과 같은 대응 방법을 현실에서 활용할 시 채용이 될뻔하다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며 뒷감당은 알아서 하시길.
1. 광녀 버전
"왓 더 뻑!"
무려한 면접관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다. 황당하다 싶은 면접관이 상식에서 벗어나는 헛소리를 시전 할 때 이렇게 짧게 응답해 보자. "왓 더 뻑!"
저 짧은 영어 단어 한마디에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2. 무례한지 아닌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상담사버전
얼핏 욕 같은, 욕이 아닌, 욕인듯한 말을 시원하게 뱉어보는 것도 좋겠다.
주의! '씨'부분에서 힘주어 말한다.
계절 과일이 포함되기에 그 계절에 맞는 과일을 예로 들 수 있다. 참고로 그 과일에는 꼭 씨가 있어야 한다.
3. 시크한 도시녀도시남 버전
시크하게 대답하는 형식으로 위의 A가 했던 대로이다.
"그럼 뽑지 마세요. 안 뽑으시면 돼요."
지원자 입장에서는 전혀 무례함이 없다고 생각되는 말이지만 꼰대 면접관 입장에서는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얼굴색의 변화 없이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보자.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나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4. 모욕형
"누가 들으면 대기업인줄~"
살짝 비웃으며 말을 하면 더욱 효과가 좋다.
이 말은 물론 면접을 보러 간 곳이 대기업이 아닐 때 해당된다. 나는 대기업에 지원하여 면접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실제로 대기업 면접관이 무례하다거나 꼰대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사의 얼굴이고 이미지로 보일 수 있는 면접관이 제대로 꼰대짓을 한다면 그 기업은 대기업이 아닐 확률이 높다. 시원하게 비웃어주자.
5. 협박형
"면접관님 평소에도 그런 말투세요? 밤길 진짜 조심하셔야겠어요. 심히 걱정이 됩니다. 일찍 일찍 다니세요. "
싸우자는 의도가 다분한 응대 방법이다.
아쉬운 점은 이런 말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면접관을 만났을 때 사용 가능하니 당신도 이런 말을 해줄 면접관을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다.
그 화가 많은 면접관을 만난 이후 나의 능력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고민하던 나는 차차선책으로 생각하던 일에 지원을 하였고 나는 그 직장에서 과분하달 정도의 존중을 받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복수는 상상 속에서나 해본다. 시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