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여자란 누구일까
내게는 엄마가 생각나는 시간이 있다. 아플 때, 그리고 고민이 있을 때. 답을 아는 고민이 있을 때도 때로는 엄마가 떠오른다. 답을 알지만 불편해서 외면하고 있는 답 쪽으로 엄마가 등 떠밀어 주기를 바라며. 그리고 '엄마'의 자리가 어려울 때 나는 엄마를 생각한다. 겪어보니 엄마의 자식이 되는 것과 엄마가 되는 것은 전혀 전혀 전혀 다른 일이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렵다. 굉장히 어렵다. 요즘 들어 진짜 그걸 느낀다. 이것은 아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나의 문제일 것이다. 그것들은 나의 불완전함에서 기인한다.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는 삐끗하더라도 어쩔 수 없고, 만회하거나 다른 길을 찾거나 등등 나에게 맞는 선택지를 찾으면 되는데 아이에 대해서는 그러한 관대함이나 관조하는 마음과 유두리가 사라져 더 불안함이 크다. 물론 아이는 나의 소유가 아니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인생이 있지만, 아직 미성년자이고 한참 더 자라야 하는데 내가 과연 올바른 양육자의 역할을 해서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육아서나 보거나, 육아 방송을 따로 보지는 않는데, 시간도 없거니와 뜨끔하고 마음이 불편해서 외면하는 부분도 있다. 전문가들에게 언급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들이 너무 내 모습 같아서 불편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재능이란 게 있을까? 편견일지 모르지만 나는 '야무진 사람'이 아이를 잘 키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야무진 사람(야무지다:사람의 성질이나 행동, 생김새 따위가 빈틈이 없이 꽤 단단하고 굳세다.)이랑 거리가 멀어서 다시 불안해지는 것이다.
내 생각에 삶은 아이를 기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 아이가 없던 세상과는 영영 단절되는 느낌.... 모든 가정이 가능해도, 아이가 없던 시간으로는 도저히 돌아갈 수 없겠구나 싶은 부분.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육아는 멈출 수 없다. 불안해도 확신이 없어도 계속 가야 한다. 그 방법뿐이라 그래서 더욱 어렵다. 그리고 아이의 삶의 결정권이 아이에게 넘어갈수록... 나는 나이가... 점점... 그래서 힘들지만 빨리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무튼 아이가 주는 대체될 수 없는 기쁨 즐거움 보람을 맛보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시기가 있는데 요즘에는 야무지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음으로 육아의 영역에 불안함이 많이 느껴져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아이를 많이 기르는 분들이 대단해 보이고... 분명 그의 마음의 크기는 엄청나게 넓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엄마를 떠올린 것은 아니지만 새삼 엄마도 대단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