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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처럼 되지 않는 여행

by Ding 맬번니언

모든 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크루즈에 탑승하면 인터넷이 문제였다.


디즈니 크루즈는 모든 게 꿈처럼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늘 현실이 숨어 있다. 바다 위에서는 인터넷조차 사치였다. 기계 한 대당 100달러를 내야만 연결이 가능했다. 게다가 속도도 느리고, 신호는 불안정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3년 만에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포기하고, 미리 글을 써서 저장해 두기로 했다. 출항 전날, 호텔 방 한쪽에서 노트북을 열고 마치 ‘편지’를 써 내려가듯 글을 정리했다.


바다 위에서는 전송도, 수정도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늘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어쩌면 진짜 여행은 연결이 끊어졌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나는 세상과 단절된 채로, 정말 마법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뉴스도 알림도 없이, 오직 가족과 나, 그리고 눈앞의 풍경만 존재하는 시간. 마치 어린 시절로 다시 되돌아간 것 같다. 아무것도 없어도 즐거웠고, 기다림조차 설렘이었던 그때처럼.

그리고 나는 매일 디즈니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기다림마저 내겐 설렘이었다. 줄이 조금씩 앞으로 움직일 때 느껴지는 가벼운 기대,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캐릭터를 처음 마주하는 그 순간의 환희. 인터넷 없이 오롯이 그 순간을 느끼니 감정의 결이 훨씬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게 진짜 ‘휴식’이고, 어쩌면 이게 어릴 때 우리가 누리던 ‘마법’ 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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