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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은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by Ding 맬번니언

24일, 행복이의 생일 당일. 우리 두 사람은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나는 전날 밤, 단 한순간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아마도 10일 동안 이어진 크루즈여행으로 내 루틴이 완전히 무너진 데 대한 후폭풍이 이제야 찾아온 것 같다.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행복이도 아침 9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전날 밤에 우리 몰래 게임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생일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기는커녕 피곤한 얼굴로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는 그렇게 밤새 게임을 했다. 나는 어른이니까, 피곤함을 억지로 밀어내고 출근해 오랜만에 일을 했다.


행복이 역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테니스 강습에 갔다. 테니스는 좋아하는 운동이니 힘들어도 버티며 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피아노 강습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티가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내년부터 피아노 강습을 그만하기로.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붙잡아 두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즐거움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를 위하는 것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수없는 것들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테니스처럼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한 것에 집중하는 편이 행복이에게도, 우리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억지로 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선택을 한다.
어른은 어른의 자리에서, 아이는 아이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하루를 버티고, 결정하고, 조금씩 성장해 간다. 피곤했던 하루의 끝에 우리는 가족끼리 태국 식당에 앉아 있었다. 마치 오랜 숨을 내쉬듯, 따뜻한 음식 냄새와 익숙한 식당의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다.


행복이는 아직 피곤함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생일이라는 사실만으로 얼굴빛이 한결 밝아졌다. 좋아하는 닭고기와 볶음밥이 나오자 금세 기분이 올라갔다. 아이는 단순하고 솔직하다. 힘들어도 좋아하는 것이 눈앞에 놓이면 감정이 환하게 바뀐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모인 나는 괜히 마음이 풀어지고 미소가 나온다.


나는 그 순간 생각했다.
‘그래, 오늘의 선택들도 결국은 행복이를 위한 것이었지.’

내 피곤함을 밀어내고 출근한 것도, 행복이가 좋아하지 않는 피아노를 과감히 내려놓은 것도, 이렇게 가족과 따뜻한 생일 저녁을 맞이하고 싶어서였다. 아이가 자기 방식대로 하루를 선택한 것처럼, 나도 내 방식으로 이 아이를 지키는 선택을 하고 있다.


식탁 위로 음식이 놓이고, 따뜻한 조명이 비추고, 가족이 함께하는 작은 웃음이 번지는 순간 마음속에 있던 긴장과 피곤함이 천천히 풀려 내렸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냈구나.
이 아이의 열한 번째 생일을 이렇게 잘 지켜주었구나.’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은 조금 고단했지만, 결국엔 따뜻한 하루였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행복이의 11번째 생일날이었다.


그런데 피아노 강습을 끝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연습했다고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어쩌면 이것이 부모의 마음 아닐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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