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24시간 중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트램을 운전할 때는 승객들을 생각하고, 집에 돌아오면 시어머니와 행복이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그리고 이 삶에 만족하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럼 다 된 것일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언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과연 남을 위해서만 살아야 진정한 행복일까?
그래서 오늘은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기로. 그리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때 이 시간들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 오직 나 만을 위한 시간들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보통 하루를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오후 5시, Melbourne 시티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늘 가던 식당에 갔고, 늘 먹던 음식을 주문했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메뉴.
스티븐, 행복이 혹은 시어미니 말고 이 한국 식당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나’를 느끼고 있었다. 대부분 일상에서 나는 별로 없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눴다.
일 이야기,
삶 이야기,
그리고 관계 이야기.
띠동갑 동생이 최근 솔로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괜히 한마디 했다.
“40대 되기 전에 짝은 만들어야지. 40이 넘기면 힘들어져”
오지랖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리는 그 정도로 친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분위기를 이어 코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20년 넘게 호주에 살았지만 이 순서는 변하지 않는다.
1차는 밥,
2차는 노래방.
한국인 피는 어쩔 수 없다.
나는 노래를 불렀다.
헌트릭스 골든. 노래방 기계가 나를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목소리를 마음껏 썼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점수도 99점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띠동갑 동생이 말했다.
“형, 나 게이바 한번 가보고 싶어요.”
Laird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세 명이 함께 그를 위해 게이바로 향했다.
나도 15년 전에 오고 오랜만이라서 기억이 가물 거리지만 다시 찾은 Laird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안한 바 느낌.
특별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부담 없었다. 그런데 그날 그곳에서 가라오케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해볼까?”
우리는 도전했다.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 순간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날 띠동갑 동생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그래서 더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오지 않는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것. 그게 쌓여서 인생이 되는 것.
오늘 나는 오랜만에 나를 위해 살았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웃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나를 위해 선택했다.
그리고 느꼈다. 이런 하루가 있어야 다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안다. 오늘 같은 하루도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