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내가 애증 하는 월급날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마음이 커진다.
초밥, 족발, 회 다 먹을 수 있지! 하는 커다란 포부
평소에 비싸서 못 먹었던 음식들도 그날 하루는 두려울 게 없다.
바로 시킨다.
시켜서 먹을 때면 이게 사는 맛 아닌가? 하며 행복하다가도
띵 하는 휴대폰 소리에 입맛이 없어진다.
'00 카드 미응시읏히읗님 10/15일 기준 130만 원 결제 잔여 85만 원'
두려울 게 있다. 엄청 뜯어간다.
아니 왜 이렇게 많이 가져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게 내 잘못인가? 물가 잘못이지
세상 잘못이지
나는 구시렁거리며 손에 있는 족발을 마저 뜯는다.
그러나 사체업자가 돈을 한 번만 뜯어가겠는가
카드값 문자를 시작으로 휴대폰 화면 너머로 돈 뜯어가는 소리가 족발 뜯듯이 연이어 뜯겨나간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난 뜯던 족발을 내려놓고 월급이 뜯어 먹히는 걸 본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월급을 다 가져가다니 너무하다 생각 중이다.
괜스레 먹던 족발을 반 덜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없어진 월급처럼 다 먹지 말고 반은 저장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곤 이번 달도 다짐한다.
이번달 잘 버텨서 다음 달엔 꼭 이 족발처럼 '반이라도 저축하자' 하고 다짐했다.
내일이면 또 까먹고 다음 달 나에게 미루겠지?
누가 돈 좀 많이 줬으면 좋겠다.
나는 꿀 같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