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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응시옷히읗 Nov 12. 2024

월급날

곧 내가 애증 하는 월급날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마음이 커진다.

초밥, 족발, 회 다 먹을 수 있지! 하는 커다란 포부

평소에 비싸서 못 먹었던 음식들도 그날 하루는 두려울 게 없다.


바로 시킨다.

시켜서 먹을 때면 이게 사는 맛 아닌가? 하며 행복하다가도

띵 하는 휴대폰 소리에 입맛이 없어진다.


'00 카드 미응시읏히읗님 10/15일 기준 130만 원 결제 잔여 85만 원'


두려울 게 있다. 엄청 뜯어간다.

아니 왜 이렇게 많이 가져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게 내 잘못인가? 물가 잘못이지

세상 잘못이지


나는 구시렁거리며 손에 있는 족발을 마저 뜯는다.

그러나 사체업자가 돈을 한 번만 뜯어가겠는가

카드값 문자를 시작으로 휴대폰 화면 너머로 돈 뜯어가는 소리가 족발 뜯듯이 연이어 뜯겨나간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난 뜯던 족발을 내려놓고 월급이 뜯어 먹히는 걸 본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월급을 다 가져가다니 너무하다 생각 중이다.

괜스레 먹던 족발을 반 덜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없어진 월급처럼 다 먹지 말고 반은 저장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곤 이번 달도 다짐한다.

이번달 잘 버텨서 다음 달엔 꼭 이 족발처럼 '반이라도 저축하자' 하고 다짐했다.

내일이면 또 까먹고 다음 달 나에게 미루겠지?

누가 돈 좀 많이 줬으면 좋겠다.

나는 꿀 같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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