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N잡러로 살아보기
중장년층을 위한 다중소득 시대의 현실적 제안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중장년층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이제 뭘 하며 살아가지?”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부족할 것 같은데…”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N잡러’, 즉 두 가지 이상 일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뿐 아니라 50대, 6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이 개념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퇴직 이후 삶을 단순히 ‘은퇴’로 보지 않고, 또 하나의 커리어로 이어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특히 유익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소득은 필요합니다
퇴직 후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이 있다 하더라도,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는 물론 의료비, 여가비, 부모·자녀 관련 지출까지 생각하면 결코 여유롭지 않습니다. 게다가 단순한 생계유지를 넘어서, 의미 있는 삶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자립 기반이 필요하죠.
N잡러는 이런 배경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입원을 하나가 아닌 여러 개로 나누면 안정성도 높아지고, 한 가지 일이 중단되더라도 전체 소득 구조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위기 대응력이 강해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지닙니다.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N잡 유형은?
그렇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할까요? N잡러가 된다는 건 꼭 젊은이들처럼 유튜버가 되거나, IT 창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오며 축적한 경력, 인간관계, 취미와 관심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퇴직 후 중장년층에게 현실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N잡 유형을 알아보지요.
① 전문성 기반 활동: 경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직장 생활을 통해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는 퇴직 후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교사로 퇴직한 분이 교육청 또는 평생교육센터에서 진로 강의를 하거나, 기업에서 20년 이상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분이 중소기업의 인사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50+세대 전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예: 서울시50+센터, 지방자치단체 평생학습관 등)에서 강사, 멘토, 자문가로 활동할 기회가 많습니다.
자격증이 있다면 직업상담사, 코치, 진로설계사 등으로 전직도 가능합니다. 이 분야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시간 조절이 자유롭고, 자신의 커리어를 그대로 연장하는 느낌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② 취미와 콘텐츠 기반 활동: 좋아하는 일을 ‘작은 일’로 전환하기
요즘은 취미도 ‘업’이 되는 시대입니다. 그림, 사진, 글쓰기, 원예, 뜨개질, 악기 연주 등 자신이 오랜 시간 즐겨온 취미가 있다면, 이를 콘텐츠로 바꾸거나 소규모 클래스를 열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은 브런치 작가로 연재를 시작하고, 전자책으로 출판하거나, 원고 작성 의뢰를 받아 수익화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분은 온라인 사진 강의를 열거나, 여행사진을 전시하고 엽서로 제작하는 등 부가 수익을 낼 수 있죠. ‘클래스101’, ‘탈잉’ 등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강사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점점 늘고 있으며, 블로그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마이크로 콘텐츠 제작도 유망한 분야입니다.
③ 생활밀착형 소규모 창업 및 부업: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의 시작
많은 중장년층이 ‘크게 벌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수익이 생기고,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을 원합니다. 이럴 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자본 창업이나 생활형 부업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것, 작은 공방을 열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특히 여성 시니어층에게는 홈베이킹, 손뜨개, 꽃꽂이 등 취미와 연결된 창업이 인기입니다. 이러한 창업은 지자체, 시니어창업센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초기 자금 지원 및 교육, 멘토링을 제공받을 수 있어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경험을 쌓고 시장 반응을 살펴보며 확장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입니다.
④ 플랫폼 기반의 유연한 단기 일거리: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일터
IT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단기·시간제 일부터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재능마켓 플랫폼(예: 크몽, 숨고, 탈잉)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등록하고,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엑셀 서식 제작’, ‘간단한 번역’, ‘슬라이드 디자인’, ‘블로그 포스팅’ 등 비교적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일들도 다수 있습니다. 또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공공 행사 보조, 키오스크 도우미, 문화해설사, 도서관 업무 보조 등 시니어 친화적 단기 일자리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기반 일은 시간 투입 대비 수익이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디지털 감각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어 추후의 활동 확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N잡의 세계는 중장년층에게 결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경험과 일상 속 강점을 되짚어 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작지만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금의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시작해보는 것입니다. 그 작고 의미 있는 시작이, 결국 인생 2막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N잡러가 되기 전, 스스로 점검해볼 것들
성공적인 N잡 전환을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아래 질문을 통해 방향을 구체화해 보세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_ 예: 여행, 글쓰기, 사람을 만나는 일
지금까지 쌓아온 강점은 무엇인가?
_ 예: 기획력, 강의력, 기술능력, 조직 운영 경험
시간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는가?
_ 하루 2시간이든, 주말 4시간이든 나만의 일정 설계 필요
수익이 주목적인가, 성취가 주목적인가?
_ 수입 규모에 따라 목표 수준을 설정
수익이 불안정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_ 한 번에 몰입하기보다 소규모로 병행하며 리스크 분산
실행 전략: 작게 시작해 크게 키우기
1단계: 소규모 테스트
한 번에 직업을 바꾸기보다, 부업처럼 작게 시작해보세요. 무료 강의, 체험 마켓 참여, 글쓰기 챌린지 등을 통해 반응을 보며 확장 여부를 결정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2단계: 기록하고 정리하기
나의 작업 결과물(글, 영상, 후기 등)은 반드시 모아두고, 포트폴리오로 정리해두세요. 나중에 기회를 만들거나 제안할 때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3단계: 디지털 활용력 키우기
SNS, 블로그, 유튜브, 협업툴 사용 능력을 키우면 활동 영역이 급격히 넓어집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4단계: 안정적 수입원 + 실험적 수입원 조합
예를 들면, 지역 공공일자리와 콘텐츠 창작 활동을 병행하면 안정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두 번째 커리어', 의미 있는 선택이 되기 위해
퇴직은 삶의 재설계가 필요한 전환점입니다. 정해진 직장을 벗어나 이제는 나만의 일,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죠. 단 한 가지 소득원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나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작은 수익이더라도 꾸준하고 의미 있는 ‘일’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N잡러로의 전환이 갖는 핵심 가치입니다.
물론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두려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부담, 체력이나 시간의 제약 등 현실적인 장애물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작게라도 시작해보는 용기입니다. 퇴직 후의 삶을 단지 소비하고 쉬는 시간으로만 채우기보다,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순환되는 삶을 그려보세요. 그것이 소소한 수입이든, 사람들과의 관계든, 또는 자기만족이든 간에, 결국 그것이 바로 ‘삶의 지속성’을 지키는 힘이 되어줍니다.
여러분의 인생 2막, 지금, 가장 당신다운 방식으로 출발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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