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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mellperfumes Dec 28. 2023

디올 미스 디올 오리지널 (1947)

빈티지 향수 리뷰

들어가며


미스 디올 오리지널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 중 하나고 한동안 시그니쳐로 쓰고 다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향수에 대해 말할 때마다 어떤 씁쓸함을 느끼곤 하는데, 왜냐하면 이 향수가 원래 미스 디올 이라는 이름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미스 디올 쉐리라는 향수가 2005-2011년 사이에 있었는데 2011년 미스 디올 쉐리가 미스 디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원래의 미스 디올은 미스 디올 오리지널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브랜드 자체의 상징적인 향수 이름도 저렇게 맘대로 바꿔버리는 모습을 보면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장 파투 조이같은 너무나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향수도 없애버리고 그 이름을 멋대로 가져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물론 타이틀에는 미스 디올 오리지널이라고 써놨지만 글에선 미스 디올이라고 지칭해도 바로 이 향수를 뜻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죄송하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스 디올 오리지널은 이제 한국에선 백화점에서 팔지 않는다. 미국 웹사이트에는 오 드 뚜왈렛과 엑스트레가 남아있고, 프랑스 웹사이트에는 오 드 뚜왈렛과 엑스트레, 그리고 오 드 퍼퓸과 같은 뜻인 에스프리 드 파팡이 남아있다. 이해되지 않는 결정은 아니다. 시프레, 그것도 고전적 시프레인 미스 디올 오리지널은 한국의 평균적인 고객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향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굉장히 언짢은 것도 사실이다. 


시프레는 오크모스에 대한 규제와 대중들의 취향 변화로 아마 다시는 예전의 영광을 찾지 못할 것이니, 이미 오래전 폐허가 된 궁전에서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이끼 낀 석상과 갈라진 동판을 주워가는 격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사랑하고 너무나 중요한 향수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소개하기로 하였다. 



향수 리뷰


말했듯 나는 얼마간 미스 디올을 내 시그니쳐 향수로도 썼기 때문에 미스 디올 향수병이 세개가 있다. 먼저 2020년 즈음에 친구가 준, 아직 한국에 미스 디올 오리지널이 팔릴 때 산 미스 디올 오 드 뚜왈렛 병이 있다. 현대 버젼이므로 2023년 지금 기준 아마 다른 나라에서 지금까지 팔리고 있는 미스 디올과 그리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외에 또, 아마 80년대로 추정하는 미스 디올 오 드 뚜왈렛이 있다. 70년대일 수도 있는데, 혹시 몰라 보수적으로 80년대로 잡기로 했다. 시그니쳐로 가지고 다닐 때 주로 이걸 뿌렸다. 스프레이형이라 뿌리기도 쉽고, 비교적 싼 편이라 다 썼을 때 새로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바카라 크리스탈로 되어 있다는 디올 앙포르 보틀에 담긴 엑스트레가 있다. 이건 정말 가끔씩만 쓰는데, 보틀 자체도 큰 편이 아니고 보면 알듯이 남은 향수도 그리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창기의 앙포르 보틀은 병 바닥이 아니라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밑바닥의 동그란 부분에서 조금 좁아졌다 앙포르 모양을 만드는데 그 좁아지는 곳에 금빛 리본같은게 둘러 있고 거기에 향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후엔 바닥에 향수 이름과 크리스챤 디올의 이름 등이 써있곤 하다. 


사실 앙포르 보틀이 언제 나왔는지 추정하는 것은 매우 부정확한 일인데, 같은 시기에 나온 보틀이더라도 여기 링크된 첫번째 사이트 중간에서 보듯 1956년에 나온 두 보틀이 하나는 끝까지 향수가 들어가고 하나는 중간에 물방울 모양으로 막혀 있다. 그래서, 1950-60년 사이라는 말밖에 하기가 어렵다. 


https://cleopatrasboudoir.blogspot.com/2015/12/miss-dior-by-christian-dior-c1947.html



개인 소장중인 디올의 미스 디올. 왼쪽: 2020년 즈음의 오 드 뚜왈렛 가운데: 1980년대로 추정하는 오 드 뚜왈렛 오른쪽: 1950-60년대 추정 엑스트레


1. 미스 디올 오리지널 오 드 뚜왈렛 (2020년 즈음)


현대 버젼은 가볍고 약간 비누의 느낌이 나는 뉘앙스를 지닌 갈바넘으로 시작했는데 다른 버젼에 비하면 그렇게 강렬한 갈바넘은 아니었다. 1분 후 조금 희한한 우디함/레더함이 섞인 노트가 갈바넘과 함께 나기 시작했는데 이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인공적인 느낌을 주었다. 2분 후 달콤하고 살짝 파우더리한 느낌이 이 이상한 우디/레더함과 갈바넘과 섞여 나기 시작했는데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에서 맡을 수 있는 요상한 달콤한 향이라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3분 후에도 마찬가지였으며 6분 후에는 비누같은 깨끗한 향, 약간의 씁쓸함, 이상한 인공적 꽃향이 났다. 8분이 지났는데 벌써 잔향에서나 나야 할 향, 정확히 말하자면 요새 향수들도 아니고 한 5년 전쯤 대부분의 향수 잔향에서 맡을 수 있던 흔하디 흔한 앰버/머스크/우디 조합의 향이 느껴졌으며 23분이 지났을 때는 쓴향과 함께 이 파우더리하고 끈적거리는 듯한 달콤함을 가진 앰버향과 우디함의 조합이 주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이상한 일이 벌어졌는데, 36분이 지나자 굉장히, 굉장히 파우더리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옛날 화장품 분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약간의 달콤함과 베이비 파우더같은 파우더향, 인공적 머스크가 살짝 섞인 향이 났고 이 상태로 변하지 않고 계속 되다가 3시간도 안 되어 사라져버렸다. 


2. 미스 디올 오리지널 오 드 뚜왈렛 (1980년대로 추정)


1980년대(?)의 오 드 뚜왈렛은 갈바넘과 오크모스의 매우 쌉쌀한 느낌으로 시작하였다. 나는 이 쓴 향을 좋아하기에 매우 맘에 들었는데, 살짝 시트러스의 새콤한 향도 있었다. 그러나 2분이 지나자 이 갈바넘과 오크모스에 건조하고 매캐한 레더향, 그리고 놀랍게도 끝부분에 부드러운, 화이트 플로럴의 향이 있었다. 이 플로럴함이 3분에는 매우 씁쓸한 갈바넘과 레더에 맞서 조금 더 강렬해졌고, 이에 힘입었는지 6분 후에는 다른 플로럴인 카네이션이 약간의 스파이시함을 갈바넘/오크모스/레더에 더해주었다. 8분이 지나자 여러 플로럴들이 섞이며 향을 더 부드럽게 해줬다. 11분이 지나자, 나는 이 갈바넘/오크모스/레더의 조합이 로베르트 피게의 밴디트에서 익히 맡아본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굉장히 많은 꽃향이 씁쓸한 이 향에 묻혀 제대로 하나하나 분석할 만큼 개성있게 자신을 나타내지는 못할 지언정 뒤에서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갈바넘/오크모스/레더향을 조금 더 보드랍고 달콤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특히 16분이 지나자 이 조합에서 아이리스의 파우더리함이 좀 더 느껴졌다. 19분이 지나자 갈바넘/오크모스/레더에 뭔가 애니멀릭한 따스함이 느껴졌고 파우더리함과 함께 어디서 익히 맡아본 플로럴함이 계속 났었는데 바로 장 파투의 조이에서 맡았던, 클래식 프랑스 향수에서 계속 나타나는 장미와 자스민의 결합이었다. 22분엔 여기에 약간 앰버향 같은 향도 있었고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되다가 32분쯤에 조금의 우디함도 느껴졌다. 54분이 지나자 플로럴함은 정말로 추상적으로 변해 약간의 달콤함만을 가지고 주는 오크모스/레더/파우더의 결합이었는데 여기에 아까의 애니멀릭한 향이 좀 더 강해져서 머스키함이 주가 되었고 1시간 32분 쯤에 레더 역시 점점 옅어져 향에 약간의 건조함을 부과할 뿐이고 주는 파우더리한 향과 애니멀릭함, 그리고 오크모스의 쌉쌀한 향의 결합이 되었다. 잔향은 이 상태에서 9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3. 미스 디올 오리지널 퍼퓸 엑스트레 (1950~1960년대)


1950~60년대 사이의 퍼퓸 엑스트레는 1980년대의 오 드 뚜왈렛과 비슷하게 오크모스와 갈바넘의 씁쓸함과 그린함으로 시작하지만 훨씬 더 풍성한 플로럴함이 느껴진다. 특히 이 플로럴함이 2분 지난 후 정말로 풍성하게 씁쓸함을 배경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가드니아같은 화이트 플로럴의 풍부함과 함께 수선화의 맑고 투명한 느낌과 지푸라기 같은 향이 공존하는 특유의 향이 많이 느껴졌고, 약간의 아이리스같은 파우더리함이 있었다. 3분이 지나자 더욱 아름답게 플로럴들이 피어났고 오크모스/갈바넘에 80년대 오 드 뚜왈렛과 같이 레더가 섞였는데, 레더가 위에서처럼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보다는 향에 약간의 건조함을 부여할 뿐이었다. 7분이 지나자 이 모든 결합, 즉 오크모스/갈바넘/레더, 수선화/가드니아/아이리스로 대표되는 플로럴함에 장미향이 들어왔고 9분이 지나자 이 장미가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났으며 화이트 플로럴 특유의 향도 많이 느껴졌다.  12분이 지났을 때 아까 전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으나 다만 수선화의 맑은 향이 향을 너무 텁텁하지 않게 해주었다. 16분이 지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19분이 지났을 때는 허브의 느낌도 나타나 향 전반에 상쾌함, 신선함을 더해줬다. 22분이 지났을 때에는 다시 한 번 향 전반적으로 장미향이 스며들었으나 25분이 지났을 때에는 장미와 화이트 플로럴이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합쳐져서 장 파투 조이에서 맡을 수 있는, 위에서 말했던 고전적인 장미-자스민 조합같이 느껴져 오크모스, 레더, 수선화와 약간의 허브와 결합하였다. 26분이 지났을 때에는 뭔가 비누같은 깨끗한 향도 잠시 있었고 33분이 지났을 때는 살짝 애니멀릭한 뉘앙스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오크모스/갈바눔/플로럴/애니멀릭/허브들이 합쳐진 향이 37분이 지나자 굉장히 쌉쌀한 오크모스가 주가 된 향으로 변해 숲 바닥같은 향으로 변했다. 플로럴함은 그저 향을 약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로 남았다. 그런데 또 40분이 지나자 레더향과 우디함이 오크모스와 함께 났고 54분이 지나자 애니멀릭한 향이 다시 가세하였다. 1시간이 지나자 앰버향이 섞여 향이 따스해졌고 1시간 17분에는 다시 부드럽지만 아까 전보다 좀 더 추상적으로 변한, 섞여버린 플로럴함이 나타났다. 1시간 21분엔 파우더리함이 느껴졌고 ㅂ시간 56분엔 다시 프레쉬한, 비누같은 깨끗한 향도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잔향은 여러 모습을 보이며 왔다갔다 하다가 5시간 33분 후에 쌉쌀한 오크모스, 비누같은 깨끗한 향, 애니멀릭한 부분 살짝, 그리고 플로럴한 그림자가 조금 드리운 채로 17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미스 디올 오리지널에 대하여


미스 디올에 대해 홍보할 때, 크리스챤 디올이 사랑을 향으로 표현해 달라, 혹은 사랑의 향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래서 태어난 것이 미스 디올 향수라는 글을 많이 봤을 것이다. 지금 나오는 미스 디올은 크리스챤 디올이 만족한 그 향이 절대 아니다. 크리스챤 디올에게, 사랑의 향은 미스 디올 오리지널이다. 현대 한국 고객에겐 중성적으로, 혹은 더 나아가 남성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는 미스 디올 오리지널 말이다. 그래서 이 향을 맡을 때마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사랑이란, 여성성이란, 남성성이란, 우아함이란 무엇인지 얼마나 쉽게 바뀌는가, 아름다움은 가변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크리스챤 디올에게는 카트린 디올이라는 여동생과 공산주의를 주창한 형인 레이몽드 디올이 있었는데, 레이몽드 디올에게는 프랑수아 디올이라는 딸이 있었다. 프랑수아 디올은 나치를 열렬히 찬양했으며 평생 파시스트로 살다가 죽었다. 그러나 카트린 디올은 1941년 11월부터 나치에 대항해 레지스탕스 운동을 했고 1944년 7월 게슈타포에 잡혀 라벤스브뤼크 강제 수용소로 옮겨졌으며 1945년 5월 파리로 돌아왔을 때 너무나 말라서 오빠인 크리스챤이 처음에 알아보지 못했고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가족들이 축하한다며 차린 저녁식사를 못할 정도였다. 레지스탕스 운동 공로가 인정받아 훈장 여럿을 받았는데 그 중엔 레종 도뇌르 훈장도 있으며, 이후 카트린 디올은 파리에서 1957년까지 화훼업에 종사하였고 1957년에 프로방스로 내려가 향수 생산을 위한 장미 농장을 경영하였다. 크리스챤 디올 사후 1963년 조카 프랑수아가 네오나치와 결혼하자 공개적으로 절연을 선언하였으며 1999년 디올 박물관이 개장하자 명예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크리스챤 디올이 자신의 뮤즈인 미차 브리카르와 함께 첫 향수의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 카트린 디올이 방에 들어오자 미차 브리카르가 "아, 미스 디올이 오셨네요." 라는 말을 했는데, 거기서 미스 디올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한다. 아주 멋진 삶을 산 여성을 위한 아주 멋진 향수라고 생각한다. 


미스 디올이 아니라 크리스챤 디올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코코 샤넬을 페미니스트라고 추앙하며 크리스챤 디올을 깎아내리고 여성들에게 불편한 옷을 입게 했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코코 샤넬은 아마 여성 인권 등에는 별 관심이 없었을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 사람이 여성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둘째쳐도 먼저,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상업이나 광고가 덜 발달했고 지금처럼 모든 곳이 광고로 도배되었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고객들이 현재에 비해서 어떤 트렌드를 원하고 어떤 개성을 뽐내는 것에 대해 훨씬 더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시대엔 사람들의 욕망이 광고와 기업에 의해 뭔가를 원하게끔 만들어지는 면이 굉장히 강하지만, 1945년 이후 50년대까지, 전쟁을 막 겪은 후의 프랑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랬기에 두 번째로 당시 여성들이 우리가 보기에 편하고 직선적인 옷을 입지 않은 것은 많은 경우 그들의 선택이 작용한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전쟁 당시 물자가 극히 부족했기 때문에 여성들은 계속 편하고 직선적인 옷만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옷을 입으려면 옷감이 필요한데 옷감이 군복이나 기타 군용품으로 차출되었음은 물론이고 옷을 만드려면 디자이너는 둘째 치더라도 실과 염색 안료의 원료를 키워낼 농부, 옷감을 만들 방직공장과 직공들, 염료공장과 이 모든 곳들을 이어줄 유통망이 필요한데 남성들은 다 군대에 차출되었고 유통망은 군사활동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남은 여자들도 모두 군대물품 생산에 참여해야 해서 그런 걸 만들 사람이 없었다. 결국 편한 작업복이나 오래된 옷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떤 옷이든 내가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좋아하기에 이것만 입어야지, 하는 것과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기에 이것밖에 입을 옷이 없을 때의 마음가짐은 다르다. 물자가 풍요로운 지금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다 쓴 낙하산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던 시대다. 왜 여성들이 입기 불편하고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옷을 원했을까, 라고 물어보면 그들이 단순한 옷에 질렸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실제로도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서 사람들은 희망과 즐거움과 화려함을 원했고 당시 사람들이 쓴 글, 그림, 영화, 심지어는 향수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디올이 일부러 여성들을 세뇌해서 불편한 옷을 입히게 했다는 발언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맺으며


여러 이유로 빈티지와 현재 향수를 비교시향 할 때 이게 공정한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시프레의 경우 매우 중요한 요소인 오크모스는 사용을 이제 못 하는 수준이므로 현대 버젼이 이렇게 바뀐 게 이해가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분석하면서 너무 차이가 크게 나서, 마음 한 편으로는 그래, 이렇게라도 미스 디올을 보존한다는 것이 어디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 정도면 그냥 현대 버젼 오 드 뚜왈렛의 존재 의미가 뭐지? 비슷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너무 다르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특히 잔향에 가서 더욱 그랬다. 


이 블로그에서는 어떤 향에 대해 주접을 덜 떨고 좀 더 분석적으로 접근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런데, 미스 디올의 경우에 너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엑스트레의 경우 너무나 아름다웠고, 1980년대 오 드 뚜왈렛도 1950-60년대 엑스트레에서도 뭔가 좀 보드랍고 보송보송하고 설레는 느낌이 있어서 내가 다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았다. 마법같은 향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너무 아름다웠기에 감히 내가 이걸 막 분석하고, 무슨 향이 납니다, 이런 식으로 마치 요정을 해부하듯 글을 써도 되는 건가, 내가 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감탄사가 입에서 절로 나왔고 각각의 조각이 모여 그 합을 월등히 뛰어넘는, 더 강렬한 무언가를 창조해내기도 하는 예술적 영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이것은 오랫동안 내 시그니쳐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맡아보니 또 한번 그 아름다움, 그 매력에 빠지는 것 같았다. 이전에는 감지하지 못한 향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느낄 수 있었기에 다 안다고 생각하는 향수, 오랫동안 써본 향수, 혹은 예전에 리뷰하고 음- 하고 넘어갔던 향수들을 다시 만나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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