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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14. 2022

2. 현타 오는 장보기

해외에서 이런 거 사봤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는 정말 별로인 숙소인데 그중에서 장점은 요리를 할 수 있게 부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싱크대와 냉장고, 쿡탑, 전자레인지만 있다는 것이다. 뭐가 문제냐면 당장 아이들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밥을 할 수 없다는 거. 우리는 바쁘게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 많은 물건을 제치고 당당하게 밥솥부터 골랐다. 여행지에서 밥솥을 사다니...ㅎㅎㅎ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쓰다가 놓고 올 거니 기능 좋은 거 말고 싼 것으로 골랐다. 다음은 쌀. 쌀도 한 포대 샀다. 싱크대 한켠에 밥솥을 올려놓고, 쌀 포대를 올려놓으니 든든했다. 도시락 싸는 건 문제없겠군!




 해외에서 집 안을 다닐 때 신발을 신어야 할까? 벗어야 할까? 바닥이 마루로 되어있는 경우라면? 심지어 반질반질하다면? 한국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신발이 벗어지게 된다. 나도 무지 고민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는 방은 마루 바닥이고, 방 밖은 타일로 되어있다. 타일에서는 신어야 할 것 같은데 방에서는 벗어야겠지? 신발을 신고 다니니 바닥이 금방 더러워진다. 여자들만 지내는 방이라 머리카락도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다.  이 숙소의 특징은 청소 도구도 없다는 것이다. 또 마트로 갔다. 이번에는 빗자루와 마대 걸레를 샀다. 빗자루와 마대 걸레도 놓고 올 거니 가장 싼 걸로 골랐다. 숙소로 돌아와 빗자루로 쓸고 마대 걸레로 방을 닦는데 현타가 왔다. 우리 숙소를 닦는 마대걸레는 또 물기를 짜는 곳도 없어서 물을 틀어놓고 꾹꾹 눌러 헹구고, 낮에는 햇빛에 널어놓는다. 하하 해외에서 이런 거 처음 해봐.




 괌은 물가가 비싸다. 안 그래도 비싼데 코로나 이후에 오니 더 비싸졌다. 아니면 관광 왔을 때는 처다도 안 보던 것들을 사려니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괌은 다 비싸다. 야채나 과일은 상태가 별로인데도 비싸다. (브로콜리 큰 거 한통에 8달러, 양파 한 망에 6달러, 바나나 라면 3.5달러, 수박 미니 사이즈 11달러...) 싼 것도 있다. 바로 고기! 고기는 1.5lb에 7.8달러!!!!! 여기서는 야채보다 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한다. 괌을 돌아다니다 보니 채소나 과일을 기르는 곳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디 진짜 시골에서 기르는 건지, 아니면 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건지... 아빠와 통화를 하며 이런 얘기를 했더니 콩을 사다 길러서 콩나물을 먹으라고ㅋㅋㅋㅋㅋ 야채가 그리워지면 콩나물이라도 길러봐야겠다.



 

괌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생수를 사서 먹어야 한다. 오래 있는 사람들은 석회 제거 필터를 가져와서 쓰라고 해서 우리 욕실에는 석회 제거 필터가 달려있다. 또 모든 음식은 생수로 이용하라고 해서 마트에서 가장 큰 생수통을 사 와서 놓고 요리하고, 마시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물을 꽤 많이 사게 되는데 6000ml짜리 큰 통을 사면 8달러 정도 한다. 이 물은 하루면 거의 다 쓰는데.. 그럼 빈 통을 가져와 물만 리필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건 아직 안 해봤는데 빈 통을 모아서 찾아가 볼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저렴하게 물을 사서 마실 수 있다. 문제는 6000ml 물통을 옮기는 게 참 힘들다는 것이다.




 괌에서 산 물건 중 가장 어이없고 킹받는 물건이 있었는데 바로 바퀴벌레 약이다. 여기 숙소에 들어올 때 숙소가 너-무 낡아서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냐는 말에 바퀴벌레만 없으면 괜찮다고 했다. (바퀴벌레 때문에 도배 한 여자 나야 나) 그리고 준비물에도 개미 약만 있었지 바퀴 얘기는 없길래 '개미가 있으면 바퀴가 없다더니 거기는 바퀴는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기에 바퀴 얘기가 있었고 그 얘기를 하니 업체 사장님이 개미! 만 있다고 해서 철석같이 믿었는데!!!! 둘째 날 정말 엄지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를 봤다ㅠㅠ 여기는 도배를 다시 살 수도 없고 어쩌지ㅠㅠㅠㅠ 숙소 화장실에서 물이 계속, 밤새도록 토독! 토독! 토독! 떨어져도 괜찮고, 화장실 바닥에 배수가 안 돼서 물바다가 났어도 괜찮았고, 옷장 문이 빠져서 위험하게 걸쳐있어도 괜찮았고, 침대랑 베개에서 토 냄새가 나도 괜찮았고, 블라인드 끈이 떨어져 있고, 와이파이가 안돼도 괜찮았다. 갈고, 고치면 되니까. 그런데 바퀴는 어떡해???ㅠㅠ


 갑자기 숙소에 붙으려고 했던 정이 뚝 떨어졌다. 바퀴가 지나간 곳은 지나가기도 싫은데 계속 다녀야 한다. 세탁실이 밖이랑 붙어있는데 여기서 들어온 것 같은데 여길 안 갈 수도 없고 어쩌지ㅠㅠ 어쩔 수 없이 바퀴약만 사다 금줄처럼 바닥에 늘어놓았다. 뿌리는 약도 사 와서 집안을 둘러 뿌릴 예정이다. 제발 여기 들어오지 말아라 제발ㅠㅠㅠㅠ


참! 여기는 개미도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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