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우주 Feb 21. 2024

83

FEBRUARY.21.2024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단순한 ‘나이 듦’이 아니었다.

그 앞에 붙는 수식어가 노화의 모습보다 더 두려움에 떨게 했다.


 ‘어떻게 나이 드는가’     


아침에 세수를 할 때마다 하나씩 추가되는 주름을 살핀다.

이미 진 주름은 무슨 방법을 써도 종이접기 해놓은 선을 따라가듯 지울 수 없고 하루가 다르게 선은 선명해져만 간다. 사실은 주름지는 것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인상과 분위기가 변하는 것이 무섭다. 말로는 거짓말을 그렇게 잘하는데 주름은 거짓말을 못하니까...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 지금의 나보다 더 많은 주름을 가진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생각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생기를 잃은 피부와 더욱 대조되어 반짝이는 눈, 부드러운 표정과 몸짓, 사랑스럽고 예의 바른 어투.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앞으로 살아갈 방식이 보이는 묘한 얼굴. 그곳에 ‘늙음’은 없다.

그저 ‘삶의 방식과 태도’만이 드러날 뿐이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잠들고, 일어나 잠들 때까지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지 또 어디로 움직이고 멈추는지 이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이다 몸의 성장이 멈추고 나면 그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제 보여줄 때라는 듯 그간 쌓아온 습들을 여지없이 꺼내 보인다.

요행이 통하지 않는 순간. 더 이상 숨길 곳이 없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인가 싶기도 하다.

의식적으로 유연해지고 늘 하던 생각의 틀을 비튼다.

멋지게 늙고 싶지 않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래 있어 마땅하게 아름다운 것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따듯한 빛처럼 시원한 바람처럼 산들거리며 나이 들고 싶다.

오늘을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8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