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믿는 것, 간절함
시험을 잘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 좋네"라고 쉽게 말한다. 내 주변에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노력을 몰라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어쩌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는 남의 월등함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에게는 더 편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한 두 번 편하게 생각하다 보면 나의 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자격지심만 커져간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낯선 환경보다 힘들었던 건 정말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나는 따라가기도 어려운 수업을 듣다 보면 옆에 있는 친구들은 선생님의 방식을 뛰어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처럼 발전하기 위해 내 방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잘하는 친구들의 방법을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며칠이고 그들의 습관을 들여다봤다. 어떤 책을 공부하는지, 어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지 세세한 것들까지 살폈다. 그런데 그들은 나와 같은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었고, 특별한 비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하는 것'이 비결이었던 거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늦었다는 절망감에 허덕이다가 시간을 흘려보낸다. 소수의 사람들은 '늦었다고 안 할 건 아니잖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우직하게 임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후자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나중에 시험이 끝나고 입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깨달은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들은 정독실에 매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앉아있던 사람들만이 간절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간절함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간절하게 원한다고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간절함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대체로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쉽게 온 만큼, 쉽게 떠나간다. 똑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던 A와 B가 있다고 하자. A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결과에 도달했고 B는 본인의 능력과 의지가 아닌 외부적인 힘에 의해 도달했을 때, 누가 그 결과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단지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만이 끝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간절함 하나만은 굳게 믿을 수 있다.
* Photograph @henry_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