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첫 독백
‘대학생만 된다면.’ 고등학생 시절 3년 동안 수천 번 떠올렸던 생각이다. 이 생각은 정말 대학생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꿈이자, 매일 잠을 아껴가며 공부한 오기였으며, 나 자신에게 매일 외웠던 주문이었다.
막상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나는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 생각했지, 그 이후에 대해서는 대비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확고한 길을 가는 친구들을 보고서는 배워야겠다는 생각보단 뭔지 모를 자격지심에 빠져갔다. 그렇게 2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나는 군대로의 도피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기숙사에서 공부하다가 너무 힘이 들 때면 ‘차라리 군대에 들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부터 그 생각을 후회했다. 입시 스트레스에 치여 살긴 했지만, 그래도 내 자유가 보장되던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웠다.
미래는 다가와 봐야 아는 거다.
그렇다고 내 생각보다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좋은 일도 많았다. 막연하게 축구선수가 될 줄 알았던 나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축구를 그만두었음에도 공부라는 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동네에서 벗어나 진학했던 고등학교에서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어머니께서 ‘건강하게만 다녀오라’라며 걱정하시던 군 생활 중에도 건강 그 이상의 것들을 얻어 전역을 앞두고 있다.
역시 미래는 다가와 봐야 아는 거다.
그러므로 막연하게 성공을 확신할 필요도, 미래를 비관할 이유도 없다.
* Photograph @henry_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