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능 콘텐츠 <밥친부터 시작>
몇 년 전 즐겨보던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밥친부터 시작>이다. 무속인과 신부님이, 아이돌 팬과 경호원이 함께 밥을 먹는 진귀한 광경에 놀랐다. 극과 극의 두 사람은 과연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대학교 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위 콘텐츠를 우리 학교 버전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었다. 가장 정반대로 보이는 학교 구성원은 누굴까, 영원히 친해질 수 없는 관계는 누구일까? 바로 교수와 학생이었다. '강의'라는 공통점으로 엮여있지만, 절대 좁혀질 수 없는 사이 같은 존재랄까... 게다가 수업에서 최저 학점을 받은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 거리가 멀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교수님과 F 학점 수강생의 특별한 만남, <밥친부터 시작>이 만들어졌다.
<밥친부터 시작>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출연자 섭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출연자는 학생 1명과 교수님 1명이다. 적은 숫자이지만 출연 모집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출연이 꺼려지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학생은 자신이 F 학점을 받은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하고, 교수의 입장에서는 F 학점을 받은 학생을 굳이 마주해야만 한다.
섭외는 ①학생 출연자 신청 ②교수님 섭외 요청의 단계로 진행했다. 구글 폼을 올려 학생 출연자를 모집받고, 교수님께는 섭외 요청 메일을 보냈다. 학생 출연자 모집에 성공했어도 교수님께서 출연을 거절하시는 경우가 있었다. 요청 메일을 보낼 때 내용에 신경을 많이 썼다. (*섭외 메일 작성 방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그리고 이때, 다행히 재학생 중 누군가가 모집 글을 보고 신기했는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글을 올려 본의 아니게 홍보가 되었다. 덕분에 학우들 사이에서 콘텐츠가 화제 되며 학생 출연자 모집이 나름 수월히 진행됐다.
위의 게시판 댓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획한 아이디어를 주변에 얘기했을 때 이런 질문을 들었다. "어차피 F 학점은 수업 제대로 안 들은 거니, C나 D처럼 조금 노력한 학생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싶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어라... 그렇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출연진 설정에 대한 생각이 흔들렸었다.
그럼에도 결국 F 학점 수강생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이냐면...
① 촬영장을 청문회장으로 만들기 싫었다.
콘텐츠에 담아내고 싶었던 건 두 사람의 관계 변화이다. 성적과 수업 방식에 대해 논하는 것보다도, 두 명의 출연진이 '다름'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과 이해를 느끼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학생을 데려온다면, 자칫 촬영 현장이 '성적 정정'을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② F가 주는 대비감
단순하게 생각해서, F라는 글자가 제일 강력한 충격을 주지 않는가?
최종적으로, 출연자 모집에 성공했다.
한 공학도와 그의 교수님이 출연 요청에 응하였다.
교수님과 의 촬영은 처음이기에 기획부터 현장까지 철저히 준비했다. 출연진에게 사전 정보를 요청해 자료를 받기도 하고, 촬영 일정표를 세세히 작성했다. 촬영 전날에는 강의실에 들러 미리 구도를 확인했고, 출연진이 먹게 될 음식이 식지 않도록, 팀원이 촬영 직전에 픽업해 왔다.
변수 또한 있었다. 촬영 중 카메라 배터리를 마구잡이로 빼다가 촬영본이 날아간 것, 예상보다 현장 분위기가 더 뻘쭘해서 연출자로서 아무 헛소리나 해댄 것...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기보다는 당황한 태도가 컸다.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이후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밥친부터 시작>을 만들면서 배운 점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 깊게 고민하여 기획을 탄탄히 하는 방법.
둘째, 현장에서의 돌발상황을 예방하는 방법.
학생과 교수는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바꿔 먹었다. 헨델의 사라방드를 즐겨 듣는 교수, 그 옆에는 랩과 힙합을 좋아하는 학생이 있었다.
당구 얘기로 하나 되다가도, "당구 궤적을 미분방정식으로 만드는 것도 괜찮겠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표정이 어두워지는 학우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만들길 잘했다." 생각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밥친부터 시작>에서 학우님과 교수님이 서로의 이야기를 접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서사가 시청자에게도 소소한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던졌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