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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면서 Jul 03. 2024

푸른 산호초와 노스탤지어

관객들이 마주한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

“아 이번 곡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정확히 11일 전 그렇게 이야기했다. 뉴진스 신곡을 들어봤냐는, 친한 언니의 물음에 그렇게 답했다. 그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곤 하루 종일 그 노래를 반복했다. 뉴진스의 일본 활동 곡 ‘Supernatural’이었다.




음악은 문외한이라. 내게 ‘Supernatural’은 시티팝과 뉴잭스윙 퍼포먼스가 합쳐진… 대충 그런 노래다. 한국어와 영어, 거기다 일본어 가사가 더해진 곡은 태어나 처음 듣는다. 통상 K-POP 아티스트의 일본 활동은, 국내에서 기존 발매한 곡을 일본어로 개사하거나 일본어 곡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뉴진스는 다르다.


팬들은 해외 활동을 일명 “뺑뺑이”라 칭하며 경계한다. 대부분의 K-POP 아티스트는 해외 활동을 하는 시간 동안 대중에게 잊힌다. 그러나 뉴진스는 다르다. 뉴진스 ‘Supernatural’은 현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에서 챌린지 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 순위 10위권을 차지하며, 대중들은 뉴진스와 ‘Supernatural’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6~27일. 뉴진스는 도쿄돔에서 첫 일본 단독 공연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을 열었다. 9만 1천 명의 관객이 모였다.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단기간(데뷔 1년 11개월)에 도쿄돔에 입성하였다. 전석 매진에 이어 시야제한석을 풀 정도로, 뉴진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의 입지 또한 증명했다.


해당 공연에서는 신곡 4곡을 포함한 여러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이어졌는데, 바운디의 ‘무희’, 다케우치 마리야의 ‘플라스틱 러브’ 등 일본 현지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선곡이 눈에 띈다.


공연 이후 가장 반응이 뜨거운 무대는 하니의 솔로무대이다.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부른 것인데, 한일 양국이 들썩이고 있다. 하니의 공연 직캠 영상은 업로드 6일 만에 조회수 380만 회를 기록하고, “하니는 단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끌어왔다.”며 호평을 받고 있다.


https://youtu.be/Rj7N4ThLGQY?si=Jc-C58oM2-Vx_UGg

버니즈동물병원 '하니 - 푸른산호초 (青い珊瑚礁) | 240626 BUNNIESCAMP | TOKYO DOME | 松田聖子 | ハニ', Youtube


그 이유가 무엇일까.


노스탤지어는 ‘향수’, ‘향수병’이란 뜻으로, 과거에 대한 동경의 의미를 가졌다. 하니가 재현한 ‘푸른 산호초’가, 일본 팬들로 하여금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한 것이다.


‘푸른 산호초’는 1980년 버블시대 발매된 노래로, 마츠다 세이코를 국민 아이돌로 만들어준 히트곡이다. 희망찬 멜로디에 청량한 목소리, 여리여리한 스커트, 당대 여성들과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모두 따라한 ‘세이코 컷’. 그게 바로 ‘마츠다 세이코’와 ‘푸른 산호초’이다.


하니만의 음색이 두드러지는 보컬, 마린룩을 연상케 하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스커트, 똑 단발 스타일링까지. 40년 전 세이코를 하니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푸른 산호초에 일본은 열광하고 있다.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를 마주했다는 민희진 대표의 말처럼. 일본 팬들은 하니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3분이란 시간 동안, 성별과 세대를 막론하고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하였다.


이번 ‘팜호초(팜 하니’와 ‘산호초’의 합성어) 현상은 Y2K나 레트로와 같은 유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건 ‘옛 것을 현대적으로 재생산한 멋’이라기보다는, ‘옛것을 옛것 그대로 추억하는 모습 자체’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이나 안정적인 것을 지향한다. 참신함이나 신선함. 혹은 익숙함과 편안함. 그러나 또 아주 가끔은 과거를 떠올리고, ‘추억’과 ‘애절함’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리워하는 시절이 있다. 앞으로 뉴진스를 비롯한 K-POP 아티스트들이 우리에게 어떤 시절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p.s. 씨스타 러빙유 같은 여름 노래 언제 나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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