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휴대폰 게임 시작

- 휴대폰 게임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

by 손남숙

시현이는 게임을 좋아한다.

남자아이 중에 게임을 싫어하는 아이도 물론 있겠지만 그런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아쉽게도 내 주위에는 없다. 어쨌든 시현이가 게임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리 집에서 게임은 절대 금지 항목이었다.

부끄럽지만 내가 대학생 시절 게임에 빠져 1년 정도 폐인 생활을 해봤기에 난 게임에 더 예민하고 부정적으로 반응했고, 우리 집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전의 나처럼 게임에 중독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내가 게임을 허용할 때는 이모네 놀러 갔을 때 이모 집에 있는 게임기로 잠깐 하거나 혹은 게임기가 있는 음식점에 갔을 때가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잠자리에 들기 전 시현이와 함께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며 책도 정리하고 장난감도 정리하는데 갑자기 시현이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나는 왜 그러냐 물었고 한참 울고 나서 진정된 후 시현이는 겨우 입을 열었다.

"엄마, 사실 아까 놀이터에서 친구 핸드폰으로 게임했어."

시현이는 어렵게 이 한 문장을 말하고 ‘으앙’ 소리를 내며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 그랬구나. 엄마가 게임하는 거 싫어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구나. 그런데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아들이 벌써 이렇게 커서 친구랑 게임하면서 노는 나이가 됐네."

내 말에 시현이는 울음을 멈추고 배시시 웃었다. 아마도 엄마가 너무 싫어하는 게임이니 단단히 혼날 줄 알았나 보다.

"게임은 재미있었어?"

"응!"

"우와, 재미있었다니 좋았겠네. 게임은 얼마나 했을까?"

"한 10분 정도, 많이는 안 했어."

"그러네, 정말 많이는 안 했네, 핸드폰 빌려준 친구한테는 고맙다고도 했고?"

나는 웃으며 말했고 나를 보며 시현이도 더 이상 울지 않고 웃으며 대답할 수 있었다.

"응"

"잘했어. 시현아, 엄마는 네가 친구랑 노는 방법까지는 뭐라고 안 해. 그것도 엄연히 너희 놀이 문화라고 생각해. 그러니깐 앞으로도 엄마한테 오늘처럼 솔직히 말해주면 돼. 단, 친구가 싫다고 하는데 계속 빌려달라고 조르면 안 되는 거 알지?"

"응!"

시현이는 솔직히 말한 후 마음이 편해졌는지 배시시 웃으며 게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시현이는 11살 여름, 친구 핸드폰을 빌려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처음에는 10분 정도 빌려서 하던 게임이 몇 시간으로 늘어나는 날이 생겼다. 참 신기하게도 시현이 친구 중에는 놀이터에 핸드폰을 하나 더 가지고 나오는 친구도 있었고 때로는 닌텐도를 가지고 나와 함께 게임을 하자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난 아무말 없이 시현이가 노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으나 이건 아닌 거 같았다.

산책을 하다 보면 아파트 놀이터마다 삼삼오오 몰려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흔히 보였고 그런 아이들을 보니 왠지 시현이 같았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또,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놀이터에서 게임하던 아이들이 어두운 지하 주차장이나 1층 공동 현관으로 장소를 옮겨 게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시현이에게 게임을 하도록 휴대폰을 빌려주는 아이들은 같이 안 놀았으면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게임을 시켜 달라며 부탁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건 그거대로 속상했다.


그래서 난 시현이에게 게임을 허락해 주기로 했다.

시간은 얼마나 할지, 내 핸드폰으로 할지, 아이 핸드폰으로 할지 시현이 아빠와 많이 대화한 끝에 할 일을 다 한 경우에 최대 하루에 1시간까지, 휴대폰은 아이 휴대폰이 아닌 내 휴대폰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내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처음에는 할 일을 다 하면 무제한으로 풀어줄까 생각도 했지만 아직 초등학생이니 나중에 부족함을 느낄 때 시간을 늘려가도 충분할 거라 생각하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시현아, 엄마 아빠가 동네를 다니다 보니 놀이터나 주차장에서 게임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 좋아 보이더라. 그래서 시현이가 그렇게 논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어. 시현이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건 언제든 환영이야. 하지만 게임을 하려고 추운 날에 놀이터나 주차장에서 노는 건 반대야. 그래서 엄마 아빠가 시현이게 게임을 허락해 주기로 했어. 이왕 할거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하자."

"정말?"

"응. 네가 할 일을 다 하면 집에서 엄마 휴대폰으로 편하게 해. 그럼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하는 게 좋을까? “

난 하루에 최대 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생각한 시간을 먼저 말하지 않고 아이에게 먼저 원하는 시간을 물었다.


"몰라."

"몰라? 네 일이잖아. 너무 적게 결정했다고 나중에 속상해하지 말고 지금 잘 생각해 봐. 어느 정도 하면 괜찮을까?"

"음…, 한 15분?"

"하루에 15분이면 괜찮겠어?"

"음… 20분?"

"그럼 20분이면 괜찮겠어?"

"음… 30분?"

"하하하, 말할 때마다 늘어나는 거야? 잘 생각해 봐."

"난 엄마 아빠가 10분 하라고 할 줄 알았어. 30분도 괜찮아?"

"응 괜찮아."

"그럼 30분 할게."

"좋아. 그럼 이제부터 우리 집은 할 거 다 하면 하루 30분 게임하는 거다."

"우아! 오늘부터 해도 돼?"

"당연하지!"

"나 빨리 숙제해야지!"

이날 시현이는 '숙제가 좋아! 수학 숙제 좋아! 영어 숙제 좋아! 숙제가 좋아!' 노래를 몇 번이나 부르고 춤을 추며 숙제를 마치고, 즐겁게 방 정리 정돈도 하고 게임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 가기 전에 모든 할 일을 마쳤다.

"엄마!"

"왜?"

"나 문제집 꼼꼼히 풀고, 글씨 예쁘게 쓰고 내 할 일 성실히 잘하면 보너스 5분 줄 수 있어?"

"음... 그럼 엄마가 별로라고 판단해서 5분을 안 줄 때 엄마한테 화내지 않을 수 있어?"

"응!"

"좋아! 해보자. 단, 엄마가 5분을 안 준다고 짜증 내거나 화내면 추가 5분은 앞으로도 없는 거야."

"응!"

이때부터 문제집을 풀 때 예전에는 건성으로 풀던 걸 좀 더 꼼꼼히 푸는 습관도 생겼고 틀린 문제를 다시 읽어보라는 내 말도 귀찮게 듣던 녀석이 '틀린 문제 있네.'라는 한마디에 후다닥 달려와서 다시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놓으니 게임 5분을 주고 쉽게 얻을 수 없는 너무 좋은 습관도 얻었다.


게임.

아들을 키우는 엄마에게는 결코 쉽게 지나갈 수 없는 고비가 되는 듯하다.

그런데 그 고비를 단지 '하지 마라', '이제 그만해라', '도대체 언제 공부할래?'라며 싸우는 계기로 만들지 말고 책임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동기로 만들면 좋겠다.

책임감 있게 자신의 일(여기서 할 일이란 숙제가 될 수도 있고 집안 정리 정돈도 될 수 있고 독서도 될 수 있다.)을 다 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게임을 이용하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