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동안 업무로 시달렸던 후유증은 신기하게 주말이면 두통을 동반한 여러 가지 증상으로 발현된다. 긴장했던 어깨와 목이 불편하다고 아우성치고 편두통으로 이어진다.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그나마 평일에 심하지 않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3주 전부터 토요일마다 동네 한의원을 찾는다. 어깨부위에 온찜질과 전기치료를 하고 머리, 어깨 등 부위에 시침을 한 후 부황까지 뜨고 나면 치료 끝.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렇게 치료를 받고 오면 아릿하던 두통이 희미해진다. 이번주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눈을 뜨니 머리가 맑지 않다. 대충 요기를 하고 집을 나선다.
오전 10시쯤이 되었으니 대기시간이 얼마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목보호대를 한 어르신을 비롯해 나이가 지긋한 환자들이 소파를 꽉 채우고 있다. 직원이 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럴 줄 알았음 책이라도 한 권 챙겨 올걸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소파 옆자리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있다. 왜 그렇게 매일 아픈지 너무 힘들다, 자식들이 싫어할까 봐 아프다고도 안 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다는 말들이 옅은 한숨처럼 떠다닌다.
며칠 전 아들이 나와 남편의 간병보험을 들어주겠다며 보험 설계서를 들고 왔다. 아빠는 덜한데 엄마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훅 들어온다. 먼 나라 얘기, 나와 무관하다고 여겼던 일들이었는데 나도 벌써 간병을 챙겨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아직은 젊다고 요원하다고 여겼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100세 시대가 그리 반갑고 기쁜 말도 아니다. 신체와 정신건강이 담보되고 경제적인 문제까지 대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괴로움과 고통의 시간으로 채워질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대기자가 혈압을 재더니 수치가 높다며 혈압계 앞을 지키고 있다. 다시 측정을 해도 별 차이가 없을 텐데 재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늘 괜찮겠지 믿고 싶은 기대감이거나.
편두통은 아마도 몸이 힘들다고 나에게 보내는 SOS일지도 모르겠다. 좀처럼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