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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Dec 26. 2022

당연히 알 것 같지만, 모를 수도 있다

#1. 모음과 자음의 구분

본격적으로 한글공부를 해보기로 했으니, 아이의 수준을 알아야 했다. 

처음에는 고민이 되었다. 표준화된 읽기 수준의 진단도구 중 마땅한 것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나의 전문성이 진단도구를 사용하기에는 꽤나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나니 고민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그걸 분석하면 아이의 수준을 알 수 있겠지. 


아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받침이 없는 글자 중 복잡한 모음이 아닌 '자음과 단모음'으로만 이루어진 글자로 낱말을 예로 들면, '지도', '가지', '하마', '사자', '거미' 등이었다. 조금 더 세분화해서 분석을 해보았더니 모음은 'ㅏ', 'ㅑ', 'ㅓ', 'ㅗ', 'l'는 비교적 능숙했지만, 'ㅕ', 'ㅛ', 'ㅜ', 'ㅠ', 'ㅡ'는 아직 소리를 모르거나 분명하지 않았다. 자음은 자음의 이름은 대체로 잘 알고 있었지만, 'ㅊ', 'ㅋ', 'ㅌ', 'ㅍ'는 약간 헷갈리는 듯했으며 각 자음의 소릿값은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해떠요', '떤땡님', '그래떠요' 등과 같이 애기 발음이 아주 눈에 띄게 많이 나타났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음과 모음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저 느낌만으로 대충 아는 정도였다. '그래 확실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지.' 라고 생각했고, 

그냥 처음 배우는 것이라는 가정하에 지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제대로 소릿값을 배우기 위해 음운인식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자음과 모음의 구분과 명확한 개념 인식은 필수이므로, 덕분에 수업의 내용이 정해졌다. 미리 구입해 놓은 한글 자석과 이미 만들어 놓은 낱자 카드를 모두 준비해 두고, 살짝 선호도를 확인해보니 아이는 알록달록 한글자석을 더 좋아하는 듯 보였다. 가운데에는 한글자석을 펼쳐놓고, 양쪽에 두 개의 바구니를 주고서 자음과 모음을 분류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해보도록 했다. 센스가 있는 아이는 모양을 구분하여 자음과 모음으로 분류했고, 나는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한 동안은 모음을 자음으로 대답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대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업을 하면서 반복되는 질문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동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소리를 낼 수 있는 모음과 모음과 합성이 되면서 글자가 완성되는 자음을 스스로 이해하고 나면 글자를 만드는 놀이가 좀 더 익숙해질 것이다. 


느리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과제를 분석하여 작은 단계로 쪼개어 알려주어야 하고, 명시적으로 알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직접 시범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한 반복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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