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다시 꿀, 꿈.
출간 작가지만, 아니기도 하다.
5월, 처음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봤다.
작가는 프리랜서였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작품까지 출간하고 적게나마 소득이 있었다.
'이 정도의 소득도 세금을 내야 해? 순 도둑....!'
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종합소득세 예상환급금이 미미하게나마 있어서 언짢은 기분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종합소득세 신고 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년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수 있을까?'
출산을 하고 더 이상의 출간은 하지 못했다.
아니, 글을 쓰지 못했다.
핑계라고 해도, 변명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난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라 육아와 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당연하게도 육아를 선택했다.
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출판사에서 부르는 작가라는 호칭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글도 써야 느는 법인데 내 글은 늘기는커녕 퇴화하고 있다.
잘 쓰던 단어가 생각이 안 나고 뭘 쓰려했는지도 까먹는다.
그림 그리듯 적었던 글이 이젠 사실적 묘사에만 치중되어 있다.
그러니 느는 건 한숨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SNS를 보게 되었다.
3년간 글을 써왔고 출판사에서 출간하자는 연락이 왔다는 내용이었다.
에세이로.
내 원래 꿈은 에세이작가였다.
중학생 때부터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그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인지 들키고 싶지 않아 함축적인 의미를 주로 썼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읽으면 당시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면 세월도 세월이지만 나 자신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아마 현실을 살아내기에 급급해서 실체 없는 뭔가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잠들기 한 시간 전에 일기 쓰듯 하루를 기록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글을 쓸 시간이 생긴다면 우습게도 밀린 집안일을 할 것 같다.
작가가 꿈이지만 육아로 미뤄둔 현실을 살아내는 게 더 급하니까.
그래도 출간을 했던 작가인지라 소소하게나마 인세가 들어오긴 온다.
슬프지만 커피값 정도?
글로 먹고살려면 하나의 작품이 대박을 치든 아니면 다작을 하든, 둘 중에 하나여야 하지만 난 둘 다 아니니 작가라는 호칭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다시 꾸게 될 작가라는 꿈,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