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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Aug 02. 2023

'ㅈㅇ' 멘토란?

솔직함에 기반한 결맞추기

'좋은' 멘토란 뭘까?


우선, 나는 기본적으로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함부로 남용하는 것 자체를 심히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무엇이 '좋다'라는 것은 결코 절대적일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마냥 우월할 수 또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좋은 게 '좋은' 게 아닌 것이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ㅈㅇ' 멘토란 상대적으로 멘티에게 결이 맞는 이면 족한다. 근데 이게 퍽 까다롭다. 그러니까 여러분 각자에게 'ㅈㅇ' 멘토란 다른 이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 멘토도 아니며, 인지도와 영향력을 지닌 유명인사 또한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에 또 힘주기 시작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예컨대 이직이나 커리어 방향에 대한 포괄적인 질의응답이 오가다 보면, 대학원 진학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가 트이곤 한다. 어떤 멘티가 전하길: 질문을 받은 멘토 본인도 동료들 중에 석사급 이상이 많아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 그 멘티에게도 대학원 진학을 살포시 독려했다는 것이다.


마치 곧 출산을 앞둔 임신부가 이제 막 임신한 이에게 산후조리를 조언하는 모습을 목격한, 다른 한 산부의 마음이 이와 비슷하진 않을까 싶었다.


혹자는 듣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할 몫이 아니냐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담 위의 멘토 역시 대학원 경험이 없는 다른 시니어 멘토에게 몇 만 원가량의 커피챗 비용을 지불해 가며 대학원 진학에 대한 조언을 들을 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당연한 말 같아도 힘을 줘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ㅈㅇ' 멘토란 뭘까?


최소한, 여러분이 고민 중인 갈래길 위에서 직접 어떤 선택을 하고 난 이후를 살고 있는 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회사 A에 관심이 있다면, 회사 A 임직원인 멘토라면 'ㅈㅇ' 멘토에 가까울 확률이 생겨난다. 또 내가 스타트업과 대학원 중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가 고민된다면, 그 두 길을 가 본 이가 'ㅈㅇ' 멘토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지독한 경험주의 아니냐는 비판에는 솔직함이 방패다. 


지독한 경험주의는 그러니까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보라는 말 외에 이렇다 할 조언을 해줄 수가 없다. 경험의 유무를 떠나 말이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에 이건 가치가 낮은 조언이 될 뿐이다. 따라서 'ㅈㅇ' 멘토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나 질 좋은 답변이라 할 수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ㅈㅇ' 멘토란, 그저 그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이다. 최소한 말이다.


물론 나 역시 늘 솔직할 수 없다. 나로선 해외 기업이나 해외 대학원 경험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면서도 늘 자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나는 그런 경험이 없음을 깔고 멘토링에 들어가긴 한다. 이렇듯 내 이야기를 듣겠다며 나를 찾아 이뤄진 만남이 멘토링이라, 뭐라도 이야기는 해줘야 하는 상황도 더러 발생하곤 한다.


이런 경우는 각각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면서 질문자 스스로의 판단을 돕는 선으로 저만치 물러선다. 이 역시도 최선일 뿐이기에 나조차도 이런 상황에서 내가 ‘ㅈㅇ’ 멘토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도 나는, 우리는 'ㅈㅇ' 멘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솔직하면 되기 때문이다. 주니어가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일반론에 기댄 모든 류의 조언은 맘 편하게 흘려도 괜찮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많은 멘토링 서비스 후기들을 살펴보면 어지간해서는 ★★★★★ 주고받기 마련이다. 냉정하게 이를 통해 누가 나에게 'ㅈㅇ' 멘토인지를 알기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 그저 그들의 경험과 그들의 만족감일 뿐이기 때문이다.


간혹 나와의 멘토링을 통해 'Pay it forward'의 가치를 몸소 체험해, 앞으로는 경험을 나눠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는 이들도 보인다. 반면, 그만큼 스스로 멘토링이라는 것을 하기엔 함량부족이라 여기는 이들 또한 많아 보인다. 후자의 고민은 어쩌면 좋은 멘토를 지향해서가 아닐까?


누구나 'ㅈㅇ' 멘토다. 그럴 수 있다. 최소한 내 책의 독자이자 멘티였다면, 내가 건 이 주문을 의미 있게 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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