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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Nov 18. 2024

포트폴리오의 회고는 단지 에필로그가 아니다

회고의 진짜 기능은 '우산'이다

포트폴리오 마지막에 회고를 넣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종의 템플릿처럼 여겨 요식적으로 넣는 것 같은 인상도 받고 한다. 물론 그래도 된다. 회고의 의미는 돌아본다는 뜻이기 때문에 제일 마지막에 이러한 섹션을 마련해서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는 있다. 그러나 회고의 기능은 이게 다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완벽할 수 없다. 그것은 내 실력이 아직 덜 성숙해서 그럴 수도, 현업의 특성상 모든 것들을 다 챙길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이유는 많겠다. 어쨌든 완벽한 프로젝트란 없다. 오히려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전개되고 빈틈이 전혀 없다면 사후 연출의 의심을 강하게 해 볼 여지가 있다랄까? 따라서 이 빈틈은 작건 크건 프로젝트의 현실감과 현장감에 기여하는 역설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실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을 예로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겠다.


회고란 이러한 빈틈을 비물리적으로 메꿔주는 기능을 한다. 쉽게 풀어보면, 당시 여건과 여력 상 어쩔 수 없어 이렇게(=빈틈) 진행이 되었지만 내가 이걸 몰라서 놓치거나 누락한 게 아님을 보기 좋게 변명(excuse)하는 창구다. 그러니까 빈틈을 빈틈으로 봐주기보단 프로젝트의 현실감과 현장감으로 인정해 달라는 일종의 공식적인 고백이자 부탁인 셈이다.


예를 들어, 회고에 "사용자와의 실질적인 만남과 조사를 통해서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와 같은 내용을 기입했다고 쳐보자. 이것은 얼핏 괜찮은 회고처럼 비친다. 하지만 이건 내 기준에서는 오히려 회고의 기능에 대한 몰이해가 들통나는 찰나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겠다.


하나는, 저 코멘트는 내가 각색한 것이지만 실제로 봤던 코멘트 역시도 프로젝트의 현실감과 현장감과는 괴리가 있었다. 무슨 말이냐, 아무 프로젝트에 갖다 붙여도 다 말이 되는 회고는 그 프로젝트를 돌아본 자아성찰의 결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좀 격하게 표현하자면, 이러한 회고는 터무니없는 소리나 다름없다. 즉, 차라리 안 쓰는 게 더 낫다. 되려 탄로가 났으니. 그러니 당연히 요식적으로 보일 뿐이다.


둘째는, 프로젝트 진행의 빈틈이 보였음에도 이 좋은 회고의 기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감으로써, 모든 빈틈은 인지하지도 못하는 지원자로 귀결돼 버린다는 점이다. 즉, 실수가 아니라 이젠 공식적인 잘못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그 빈틈을 사정없이 공격할 명분이 생긴다. 바꿔 말하면, 회고를 잘 활용하면 빈틈을 공략할 의무 아닌 의무를 지닌 면접관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방어 기제로 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이러한 회고의 기능을 악용해선 곤란하다. 무조건 회고를 통해 자수를 했다고 다 용서가 되는 면죄부란 소리는 아니니 그 선에 대해서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자수를 한다고 죄가 다 지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실수의 인지와 이를 통해 무차별적 감점을 막기 위한 힘없는 지원자를 위한 최소한의 방패막이라고 이해해 보자.


회고는 여러분이 지닌 '우산'이다. 필요 없으면 접어도 되지만 잘 펼치면 요긴할 것이다.



Photo by Jacek Dudzinsk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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