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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ㅡ UX민수 Nov 19. 2024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푸는 게 맞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심플루엔자' 감염자들을 조심하라


'복잡하고 어려운 디자인 심플하게 제작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심플하게 풀어내자' 얼핏 기막힌 이러한 메시지를 자랑스럽게 내뿜는 이들이 참 많다. 뭐만 하면 심플, 심플... 마치 전염병 같아서 나는 이걸 *심플루엔자(Simfluenza)라 부른다.


*심플루엔자(Simfluenza) = 심플(simple) + 인플루엔자(influenza) = 심플병


쉽게 표현하면 심플병이다. 과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 본 유경험자들일까 의심스럽다. 이에 대한 내 소견은,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푸는 게 맞다'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 때문에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많이 회자된다. 그 뜻은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겐 되려 쉽고, 반대로 인간에게 쉬운 것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겐 오히려 어렵다는 것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라벡의 역설을 일차원적으로 적용해 보면, 인간에게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심플하게 풀어내보자는 저 메시지는 진정 마법 같은 일이며, 그저 기계가 되란 소리만 된다. 물론 무척이나 고지식한 해석이다.


예를 들어, 풀기 어렵게 꼬인 신발끈이나 배달음식 포장비닐을 '손쉽게 푼다'는 말은 숙련도나 기법 등으로 난이도를 낮춰 결과적으로 쉬운 과업으로 만들어 끝내 쉽게 풀어냄을 의미한다. 아주 쉬운 말로 이걸 흔히 '꿀팁'이라 부를 것이다. 이 경우 어려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다는 것이 성립한다. 그러나 매우 제한적으로 문제해결이라는 토픽의 거시적인 슬로건이 될 수는 없다.


인간에게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단 몇 초만에 뚝딱 풀어내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그 능력은 어쨌거나 '결과'다. 이 결과는 단순할 수 있고, 그래서 심지어 공식처럼 아름다울 수 조차도 있다. 다만 만들기 위해 들어간 노고, 그 '과정'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AI가 그림을 쉽게 그려준다고 그 과정이 단순하진 않다. 또한 그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 공로로 누군가에게 노벨상도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예로, 어려운 수학공식을 어렵지만 마치 쉬운 듯 풀어 보이는 것은 어떨까.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꿀팁과는 다르다. 마치 운동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도 보기엔 마냥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엄청난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쉬운 게 아니라 쉬워 보이는 것이다.  


심플루엔자 감염자의 재치기를 조심하라. 빌런일 확률이 높다. 어렵지 않더라도 대부분 문제라는 것은 문제인 이상 풀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이며, 풀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을 들여야만 마땅한 대상이다. 그래서 문제란 것이다. 심플은 오직 구호일 뿐이다. 디자이너의 지상 목표일 뿐이다. 디자인을 하는 과정은 절대로, 결단코, 심플하지 않다.



Photo by athree23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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