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지 UXers 09화

양 — 포용과 조화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조용한 배려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양은 왜 부드럽고 따뜻한 존재로 기억되는가


양은 동양에서 부드러움, 평화, 공동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흰 털은 순수함을,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은 조화와 포용을 상징한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가는 존재. 양은 큰소리 내지 않고, 항상 무리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움직인다.


UX 설계에서 양은 ‘유니버설’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장애가 있든, 연령이 다르든, 언어가 다르든 간에 모두가 진입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UXer가 설계해야 할 것은 기능적인 편의성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배려와 구조적 공존이다.


보이지 않는 사용자를 고려할 때, 비로소 모두를 위한 설계가 시작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 양처럼 돌아봐야 한다. 뒤에 있는 사람, 말 없는 사용자, 보이지 않는 불편. 모두를 위한 설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디자인은 함께 걷는 감각이다


포용과 조화는 감각의 설계다. 강한 색보다 부드러운 흐름, 빠른 전환보다 기다려주는 타이밍, 주목받는 것보다 함께 흐르는 레이아웃. UX는 기능의 설계이기도 하지만 감정의 통로이기도 하다. 양처럼 조용하게 다가가, 사용자의 리듬과 입장을 존중하는 감각. 그것이 진짜 포용이다.


UXer는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 함께 걸을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이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태도. 호감도 높은 UX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Inclusive Design — 포용은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종종 장애인을 위한 특수한 설계라고 오해되곤 한다. 그러나 진짜 포용은 소수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디자인을 말한다. 낮은 계단은 유모차와 캐리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넓은 버튼은 시력이 좋은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모든 디자인은 결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UXer는 특정 사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포용은 타인의 필요를 ‘내 것처럼 받아들이는 감각’에서 출발한다. 양은 무리 속의 개체들을 가리지 않는다. UX도 마찬가지다.



Consistency & Coherency — 조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조화란 다름이 공존하는 상태다. 사용자마다 목적이 다르고, 리듬이 다르고, 기대하는 반응도 다르다. UX는 그 다양한 요구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흐르게 만드는 통합의 기술이다.


양은 무리를 이루지만, 개체 하나하나가 독립성을 유지한다. UX도 마찬가지다. 일관된 UI 요소, 예측 가능한 네비게이션, 흐름의 맥락 안에서 기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UX. 그 모든 것이 사용자에게는 부드럽고 조화로운 감각으로 남는다.



반복과 통합, 포용의 UX는 흐름에서 자란다


UX에서의 ‘좋은 경험’은 눈에 띄는 기능에서 오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흐름, 언제나 같은 위치에 있는 버튼, 예상 가능한 반응. 이 반복성은 일관성과 함께 조화를 만들어낸다.


양의 UX는 고요하지만 단단하다. 복잡한 사용자의 상황과 목표가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그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흐름을 설계하는 것. UXer는 이 조용한 조율자이자 설계자로서, 포용성과 호감도를 함께 다뤄야 한다.



[사례] 모두를 위한 UX를 구현한 디자인들


포용성과 일관성을 가진 UX는 기술적 진보보다 ‘사람을 위한 감각’에서 출발한다. 아래 사례들은 설계의 중심을 기능이 아닌 사람에게 둠으로써, 진짜 의미에서의 호감도 높은 UX를 구현한 경우다.



Microsoft Inclusive Design — 배제를 최소화하는 원칙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접근법”이라 정의한다. Xbox Adaptive Controller는 손의 움직임이 제한적인 사용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설계는 단지 ‘특수 기능’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 평등한 UX다. UXer는 특정 대상을 위해 설계하되, 그것이 결국 모든 사용자에게 이로운 구조가 되도록 확장시켜야 한다.



OXO Good Grips — 불편함에서 시작된 조화


OXO는 요리 도구 브랜드다. 손에 관절염이 있던 창립자의 아내를 위해, 기존 도구보다 훨씬 두껍고 부드러운 손잡이를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이 도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용감을 주었다.

장애를 위한 설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설계로 확장된 대표적 사례다. ‘작은 불편’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UXer의 역할임을 보여준다. 호감도는 크고 화려한 설계가 아니라, 사소한 배려에서 생긴다.



[사례] Airbnb Accessibility — 여행을 모두에게


Airbnb는 숙소 검색 필터에 ‘접근성’ 항목을 세분화했다. 휠체어 접근 가능 여부, 문 너비, 욕실 내 보조 기구 설치 여부 등을 직접 체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단지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경험 자체를 누구나 계획할 수 있게 한 UX의 확장이었다.


이 사례는 접근성을 UX 흐름에 통합한 방식의 모범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여행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구조를 조금 더 개방하는 것. UXer는 그렇게 ‘가능성의 확장’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개인] AI 시대, 배려는 가장 인간적인 설계다


AI는 많은 사용자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을 제안한다. 하지만 '배려'는 아직 알고리즘이 설계하지 못하는 감각이다. UXer는 보편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미세한 소외감을 감지해야 한다.


너무 빨리 변하는 환경, 너무 작게 표시된 버튼, 지나치게 날렵한 인터페이스. 이런 요소들은 누군가에겐 장벽이 된다. UXer는 디자인의 배타성을 줄이고, 설계의 접근성을 넓혀야 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설계는 더 인간다워야 한다.



[조직] 실무에서 양처럼 일한다는 것


양처럼 일한다는 건, 팀 내외부 모두를 아우르는 방식이다. 협업에서 뒤처진 사람을 챙기고, 사용자 피드백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태도. 제품 개선 시 소외 계층을 먼저 고려하는 우선순위.


또렷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팀 전체에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UX의 기반이 되는 방식. UXer는 눈에 띄지 않지만 모두가 신뢰하는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자세이고 태도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UX


양처럼 조용히 다가가는 UX는 약하지 않다. 그 부드러움 속에 단단한 의지가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쉽지 않다. 더 많이 관찰해야 하고,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


UXer는 눈앞의 효율을 넘어, 보이지 않는 사용자를 품는 사람이다. 조화로운 설계는 소수의 편의를 다수의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감각이다. 그것이 UX가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가장 단단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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