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지 UXers 10화

원숭이 — 창의성과 유희

즐거운 설계는 오래 기억된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원숭이는 왜 익살스럽고 영리한 존재로 여겨지는가


원숭이는 동양 설화에서 언제나 민첩하고 재치 있는 존재였다. 『서유기』의 손오공은 장난기 가득한 행동 속에도 통쾌한 해결사 역할을 하며, ‘파괴와 창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캐릭터다. 그는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그 안에는 감각적 전략과 유쾌한 해결책이 숨어 있다.


원숭이는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규칙을 재구성하고, 복잡함을 단순하게 풀며, 상황을 유희로 전환한다. UXer가 가져야 할 창의성과 유희는 바로 이런 감각에서 비롯된다. 사용자의 흐름을 예측 가능한 것에서 조금 벗어나게 만들고, 그 안에 작은 웃음과 발견의 순간을 넣는 것. 그것이 원숭이의 UX다.



창의성은 문제를 바꾸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창의적인 UX는 화려하거나 독특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 그리고 정답 대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원숭이는 앞서 걷는 이들을 흉내내는 동시에, 가장 먼저 엉뚱한 길로 빠져나간다.


UXer는 기존의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그 안에 놀라움과 기지를 설계해야 한다. 학습 용이성은 단순히 ‘알기 쉬움’이 아니라, ‘즐기며 배우도록 만드는’ 감각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진짜 학습의 UX다.



Hedonic — 유희는 설계를 유연하게 만든다


UX 설계는 종종 무거운 기능 설계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사용자 경험은 단지 ‘편리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진짜 몰입은 ‘즐거움’에서 비롯된다. 사용자가 기능에 놀라고, 디자인에 미소 짓고, 인터랙션에 감탄할 때 UX는 비로소 기억된다.


유희는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긴장을 풀고 흐름에 참여하게 만드는 촉매제다. 사용자는 재미있는 UI를 더 잘 배우고, 스스로 더 많은 기능을 탐색하게 된다. UXer는 단조로운 반복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일상 속에 ‘새로움’을 설계하는 창조자다.



Micro Interaction — 정형화된 패턴에 틈을 만들라


모든 UI가 예측 가능하면, 사용자는 지루해진다. 그 지루함은 곧 이탈로 이어진다. 원숭이처럼 UXer는 패턴 안에 변주를 만들어야 한다. 예측 가능한 흐름 안에 작지만 기분 좋은 전환. 흔한 아이콘 안에 숨겨진 이스터에그. 유저가 ‘이런 것도 되네?’라고 웃으며 반응할 수 있는 순간.


창의적인 UX는 큰 변화가 아니라, 작지만 기억에 남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그 작은 유희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학습을 강화한다. 즉, 유쾌한 설계는 최고의 튜토리얼이다.



반복과 유희, 학습의 흐름을 만드는 감각


UXer는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사용자로 하여금 직접 해보게 하고, 그 안에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복은 학습의 도구지만,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설계자의 몫이다.


원숭이의 UX는 ‘장난’ 속에서 길을 찾는다. 사용자가 같은 기능을 반복하더라도, 그 과정이 놀이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미있는 피드백, 가벼운 보상, 익살스러운 캐릭터. 이 모든 요소가 학습을 UX로 만든다.



[사례] 창의성과 유희를 구현한 UX들


창의적 UX는 단지 눈에 띄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반응하게 만든다. 다음은 학습의 과정 안에 유희를 더함으로써, 몰입도와 재사용성을 높인 UX 설계 사례들이다.



Duolingo — 학습을 게임처럼, 반복을 놀이처럼


Duolingo는 단순한 언어 학습 앱이 아니라, 학습을 게임처럼 느끼게 만드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포인트, 레벨, 리더보드, 연속 학습 보상 등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사용자에게 성취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귀여운 캐릭터 '듀오'의 반응도 학습자와 감정적 교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장치다. 이처럼 Duolingo는 학습의 ‘지루함’을 유희로 전환하며, UX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반복도 재미있으면 배움이 된다.



Notion의 커맨드 메뉴 — 예상 밖의 간결함


Notion은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쓰다 보면 의외로 유쾌하다. 특히 커맨드 메뉴(“/” 명령어)는 텍스트 편집이라는 익숙한 행위 안에 마치 마법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텍스트 → 캘린더’로 전환하고, 블록을 드래그해 테이블로 바꾸는 인터랙션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유쾌하다. ‘놀 수 있는’ 여백을 남긴 UX는 사용자의 탐색 욕구를 자극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확장시킨다. 이는 학습성과 유희성을 동시에 높인 설계다.



Google Doodle — 작은 실험이 만든 글로벌 재미


Google Doodle은 기념일마다 메인 로고를 바꾸거나 간단한 게임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매번 놀라운 건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창의적인 실험은 사람들에게 작은 재미를 제공한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메시지는 강하다. ‘지루함은 의무가 아니다’라는 철학을 UX로 증명하는 사례다. 이 작은 위트와 여유가 사용자의 기억에 남는 흐름을 만든다. 이것이 UXer가 설계할 수 있는 ‘감정 기반 학습’의 실마리다.



[개인] AI 시대, 창의성은 여전히 사람의 무기다


AI는 패턴을 빠르게 인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을 반복한다. 하지만 ‘웃음’은 계산할 수 없다. 놀라움도, 감탄도, 예상 밖의 재미도 아직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UXer는 효율적인 설계를 넘어서, 감정의 전환을 만드는 사람이다.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지?’라는 의문이 미소로 바뀌는 순간, 그 안에 사람의 손길이 있다. AI 시대일수록, 창의성은 더욱 희귀하고 중요한 역량이 된다. 사용자의 기억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조직] 실무에서 원숭이처럼 일한다는 것


원숭이처럼 일한다는 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팀이 정해놓은 길을 잠시 벗어나더라도, 사용자에게 더 좋은 길이 보이면 과감히 제안한다. 브레인스토밍에서 튀는 아이디어를 스케치로 만들고, 예측 불가능한 흐름에 ‘그림자 실험’을 붙인다.


비정형의 사고를 장려하고, 정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UXer는 작은 장난꾸러기가 되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선, 먼저 설계자가 설레어야 한다. 조직 안의 유쾌함은 사용자의 몰입을 만든다.



유쾌함은 설계의 가장 인간적인 매듭이다


UX는 단지 문제 해결이 아니다. 때로는 문제 자체를 재구성하고, 사용자의 일상을 다른 감정선으로 이끄는 예술에 가깝다. 원숭이처럼 장난기 있는 발상, 유연한 사고, 사람을 웃게 하는 설계. 그 유쾌함은 오래 기억되고, 다시 찾게 만들고,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시킨다.


UXer는 효율을 넘어 감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엉뚱하게. 그 유쾌한 본능은 가장 인간다운 설계의 방식이다. 가장 즐겁게 배운 기억은, 가장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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