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업계에도 치킨 게임은 존재한다. 소위 ‘열정 페이’, ‘과잉 포트폴리오’, ‘자기 착취적 스펙 경쟁’… 이 모든 것들이 바로 누가 먼저 포기하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양보의 전쟁이다.
누구도 먼저 기준을 낮추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치게 고된 미션과 무리한 조건이 계속된다. 이럴 땐 용기 있게 핸들을 꺾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만의 룰’을 설정하고 선을 긋는 것, 그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UX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멈추지 못한다. 불안은 타이밍을 애매하게 앞당기고, 주변은 조급함을 자극하며, 모두가 달리는 속도 안에서 나만 멈추면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밤을 새워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결과물의 색상 하나에도 집착하고, 모두가 나가는 공모전이나 전형에 일단 참여하고 보고, 유명한 경력자의 포맷을 따라 만든 포트폴리오를 또 수정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방향을 잃은 채 속도만 올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을 위해 이걸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지, 그 감각이 희미해진다. 누군가는 나의 조언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단 표현도 쓰더라. 그런데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먼저 멈추면 부서질 것 같은, 그래서 아무도 먼저 멈추지 못하는 이 구조는 전형적인 치킨 게임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게임은 당장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자신을 갈아 넣게 만든다. 취업 준비라는 이름으로 매일 자신을 소진시키고 있으면서도, 멈추면 지는 것 같아 쉬지 못하는 구조. 이건 전략이 아니라 자기 소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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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er는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취업 준비를 하면서는 그 흐름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과열된 상태에서는 감각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고칠수록 만족감은 줄어들고, 자소서를 다듬을수록 자신감은 더 멀어진다. 스펙을 쌓을수록 비교가 더 깊어지고, 인터뷰를 볼수록 모호함은 커진다.
이때 가장 무서운 건, ‘지금 잘못되고 있다’는 감각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한다. 이건 단순한 열정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 속에서 끌려다니고 있는 자신을 감지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감각이 마비되면, 설계는 무의미해진다. 판단은 흐려지고, 선택은 반복되며, 결국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 조차 자신을 위한 UX를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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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취업 준비는 구조적으로 ‘더 열심히 한 사람’을 보상하는 구조처럼 보인다. 포트폴리오를 하나 더 만들고, 강의를 더 듣고, 실무 테스트를 더 연습하고, 커뮤니티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 사람. 그런데 이 모든 행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무자들은 양이 아니라 '맥락'을 본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판단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인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준비하는 사람은 점점 자기 자신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만 구성하게 된다. 실력을 보여주기보다 노력 중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방향보다 분량을 쌓고, 설계보다 분투를 기록한다. 물론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UX라는 직무는 ‘얼마나 노력했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움직였느냐’를 평가한다. 열심히에 탄복해서 취업을 시켜주는 게임이 아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한다는 말은 전략일 수 없다. 그저 무전략이다. 오히려 때로는 열심히 하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기준을 내려놓는 용기, 그것이 이 구간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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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을 계속 올리며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더 멋진 그래픽, 더 정교한 프로세스, 더 많은 사용자 분석. 그런데 기준을 높이는 것이 항상 실력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기준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가다. 맥락에 따라 적재적소에 프레임을 응용하고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진짜다. 프로젝트의 규모나 리소스, 팀의 성격에 따라 기준을 적절히 낮출 수 있는 사람,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요구사항을 현실화하는 사람, 때론 사용자 조사보단 직관을 우선시할 수도 있는 용기, 예산과 시간 안에서 기능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 실무자들이 원하는 건 이런 판단력이다.
UX는 원래 ‘절충의 기술’이다. 최대한이 아니라 최적화를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자는 자꾸 ‘최고’를 만들려고 한다. 기준을 스스로에게만 계속 올리는 순간, 판단은 고통이 되고, 기준은 족쇄가 된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무한정 올라가는 기준이 아니라, 지금 이 지점에서 유의미한 기준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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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게임은 본질적으로 ‘먼저 멈춘 사람이 진다’는 규칙 위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아무도 먼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그 구조를 유지하는 한,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UX 취업도 그렇다. 모두가 스펙을 쌓고, 결과물을 만들고, 마감에 맞춰 달리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기준과 방향은 점점 흐려진다.
이 구조에서 이기는 방법은 멈추는 것이다. 이때의 멈춤은 포기나 중단이 아니라, 관찰하고 조정하고 리디자인하는 '전략적 멈춤'이다.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어떤 흐름 안에 있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지를 보기 위해서 멈추는 것. 그리고 그 멈춤은 감각을 되살리고, 흐름을 다시 설계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더 나은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UXer는 원래 문제를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취업이라는 이 소모 구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잘하려는’ 전략보다, ‘덜 소모되는’ 전략이 오히려 생존과 연결될 수 있다. 멈출 수 있는 사람이 흐름을 다시 가져간다. 치킨 게임은 누가 덜 미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