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고착화 게임, 모두가 같은 전략을 쓸 때 생기는 정체
기업은 일정 기준 이상의 ‘스펙’을 요구하고, 지원자들은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한다. 이 둘이 서로를 조율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의 기대가 고정되는 지점이 생긴다. 이게 바로 ‘내쉬 균형’이다.
이 지점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쓰지 않는 이상, 모두가 익숙한 방식만 반복하며 차별화가 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관점의 전환, 같은 툴을 써도, 다르게 접근하는 디자인 사고력이 그 균형을 흔들 수 있다.
UX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답에 가깝게 행동한다. 포트폴리오 구성법을 공부하고, 실무 과제를 푸는 방식에 익숙해지며, 이력서에 적절한 키워드를 넣고, 면접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에 대비한다. 어느 누구도 잘못된 전략을 택하지 않는다. 모두가 ‘안정적인 방법’과 ‘합리적인 선택’을 반복한다. 그런데 그럴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차별점은 사라진다. 누구도 나쁘지 않은데,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 상태는 일종의 평형이다. 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포맷과 스펙을 요구하고, 지원자는 그 기준에 맞추어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정리한다. 그 결과, 채용 담당자는 모든 포트폴리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정돈되어 있지만, 그중 누구를 뽑아야 할지 더 헷갈리는 상태에 놓인다. 이건 바로 일종의 ‘내쉬 균형’의 상태다. 누구도 틀리지 않았지만, 동시에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상태. 정답을 따랐지만 전략이 된 것은 아닌 상태. UX 취업은 이 상태에 빠지기 쉬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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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어느 해, 어떤 팀, 어떤 실무자의 눈에 띄었던 포맷이 그 해의 정답처럼 유통된다. 포트폴리오는 몇 페이지가 이상적이며, 메인 프로젝트는 몇 개여야 하고, 실무 테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답해야 한다는 가이드들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기준들은 대부분 결과로부터 역추론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다시 준비자에게 적용되어, 모든 사람이 비슷한 구조를 따라간다.
문제는 이 기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현실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잘 보이고 싶어서 만든 정리법이 점점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는 것’처럼 굳어진다. 이력서에 넣는 툴 아이콘, 자소서에서 반복되는 도입부, 포트폴리오의 표지 구조—all 누구에게도 틀리진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다. 기준은 실은 하나의 협상이었는데, 이제는 답처럼 굳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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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에서 기준이 고착화되었을 때, 그 안에서 전략을 찾으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대신 대부분은 ‘기준을 맞추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기준은 더 이상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준은 기본값일 뿐이고, 모두가 기준을 만족할수록 차별점은 사라진다.
이 상황에서 기업의 입장도 딜레마다. 수준 이하의 지원자가 오면 걸러지겠지만, 수준 이상이 몰리면 평가가 어려워진다. 결국 ‘기준을 얼마나 잘 맞췄는가’보다 ‘얼마나 자기만의 시선과 문제의식을 담았는가’가 다시 중요한 평가 요소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기준에 맞았는가?”가 아니라, “기준 안에서 무엇을 다르게 보았는가?” “이 포맷을 어떤 관점으로 재해석했는가?” “이 틀 안에 어떤 전략을 숨겨놓았는가?”
모든 기준을 피하려 할 필요는 없다. 기준을 지키되, 그 안에서 당신만의 문장을 써야 한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보여줄 때,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보여줘야 한다. 기준을 따르는 사람이 많은 지금, 기준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더 귀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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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가 어느 순간부터 답답해지고, 지루하고, 반복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모든 지원자가 같은 조언을 듣고, 같은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같은 루트로 평가를 받는다면, 시스템 전체가 정체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스펙이나 기술이 아니라, 관점을 전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목적을 ‘결과물을 보여주기’가 아니라, ‘질문을 유도하기’로 바꾸어보자. 자소서를 쓰는 목적을 ‘잘 보이기’가 아니라, ‘관심을 이끌기’로 바꾸어보자. 이렇게 관점을 조금만 틀어도 포맷은 같더라도 메시지는 달라지고, 동일한 구성 안에서도 전략의 무게중심이 달라진다. 이 작은 전환이 정체된 구조 속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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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흐름이 막히는 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경로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취업이라는 흐름 속에서도 그 막힘을 감지하고, 다른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모두가 같은 전략을 쓸 때,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방향이다. 정체 구간에서는 전략이 진짜 전략으로 작동한다.
무언가를 더하거나 화려하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왜 이 포맷을 쓰는지,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설계하는지, 어떤 판단을 유도하려는 흐름인지—all 전략의 설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 구조에서 더 이상 포맷 자체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구조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기준을 따르되, 기준을 넘어서는 시선. 포맷을 사용하되, 포맷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꺼내는 감각. 모든 것이 정체될 때, 유일한 활로는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