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튜토리얼

나라는 캐릭터를 설계하지 않으면 전략도 없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판을 읽었다면, 이제 플레이어를 설계할 차례다


우리는 이미 이 판이 단순한 서류 전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취업은 게임이다. 시스템이 있고, 퀘스트가 있고, 구조가 있으며, 흐름이 있다. 각 장면은 다른 룰로 작동하고, 각 미션은 별개의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단계다. 이 판 안에서 움직일 ‘나’라는 플레이어를 설계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전략만 고민한다. 어떻게 보여야 할까,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할까, 어떤 타이밍에 지원할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전략을 구사할 플레이어 자체의 설정이다.

내가 어떤 캐릭터인지 모른 채 전략을 짜는 것은 캐릭터 생성도 하지 않은 채 게임 공략집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클래스도, 무기도, 능력치도 설정하지 않은 채 ‘이기는 법’만 고민하는 것. 결국 실패뿐이다. 왜냐하면 모든 전략은 캐릭터 설정 위에서만 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UXer로서 우리는 시스템 설계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라는 시스템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걸 넘어, 내가 어떤 플레이어인지부터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플레이어 설계는 캐릭터 생성부터 시작된다


게임은 언제나 캐릭터 생성으로 시작한다. 클래스를 정하고, 능력치를 분배하고, 특성과 스킬을 선택한다. UX 취업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떤 유형의 UXer인가? 어떤 문제를 풀 때 강점을 발휘하는가? 어떤 도구나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모든 지원은 불안정해진다.


이 장에서는 먼저 ‘캐릭터와 포지션’을 설정한다. 기획형 플레이어인가, 퍼포먼스형 플레이어인가, 리서치형 플레이어인가. 나는 UXer인가, BXer인가, UI 비주얼 디자이너(d)인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왔는가’라는 관점에서 자기 클래스를 설계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도 해석되지 않는다. 모든 전략은 캐릭터 설정에서 시작된다.



무기가 없는 전사는 전장에 나설 수 없다


캐릭터가 설정되었다면, 이제 ‘주특기’와 ‘필살기’를 설정할 차례다. 주특기는 언제나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스킬이다. 예를 들어 복잡한 문제를 명확하게 구조화하는 능력, 팀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설계하는 역량, 혹은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하는 능력일 수도 있다.


반면 필살기는 상황에 따라 폭발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스킬이다. 사용자 통찰을 끌어내는 리서치 능력,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설득력 있게 인터페이스로 변환하는 기획 능력, 혹은 제한된 시간 안에 고효율 결과물을 뽑아내는 스프린트 감각일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는 이 무기들을 장착하는 슬롯이다. 좋아 보이는 결과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고 싶은 스킬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 그렇게 해야 ‘나’라는 플레이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설득할 수 있다. 무기가 없는 전사는 싸울 수 없다. 무기를 모르는 전사는 해석되지 않는다.



전형마다 전투 방식이 달라야 한다


이 장에서는 또 하나 중요한 전략을 다룬다. ‘포메이션 전략’, 즉 전형별 UX 설계법이다. 서류, 포트폴리오, 실무 테스트, 면접은 각각 다른 미션이다. 그리고 각 미션은 요구하는 스킬 셋과 리듬이 다르다.


서류 전형은 키워드 설계와 정리력이 관건이다. 포트폴리오 전형은 정보 구조와 흐름 UX가 중심이다. 실무 테스트는 시간 내 해석과 결정의 민첩성이 핵심이다. 면접은 사고방식의 시뮬레이션이며, 실시간 인터페이스 UX다.


같은 캐릭터라도 포메이션을 다르게 짜야한다. 각 전형에 맞는 UX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취업이라는 긴 여정에서 안정적으로 승률을 높인다. 전형마다 같은 무기를 휘두르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스킬 셋을 조정하고, 흐름을 리디자인하는 것. UXer라면 마땅히 해야 할 설계다.



실패는 끝이 아니다. 리디자인의 기회다


취업은 단판 승부가 아니라고 했다. 한 번 떨어졌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붙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취업은 반복 게임이다. 그리고 반복 게임의 핵심은 리디자인이다.


이번 챕터의 뒷부분에서는 ‘라바운드 전략’, 즉 실패 이후 다시 설계하는 기술을 다룬다. 왜 떨어졌는지, 어떤 흐름에서 문제였는지, 자소서와 포트폴리오, 면접 대화의 UX를 복기하고, 다음 판에서는 다른 설계를 들고 나오는 것. 이건 패배가 아니라 리디자인이다. 진짜 플레이어는 실패에서 경험을 구조화한다.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나라. 노출도 UX다


마지막으로 다루게 될 것은 ‘스텔스 모드 해제’, 즉 나를 찾게 만드는 노출 전략이다. 이제는 단순히 지원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링크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 브런치 같은 외부 채널을 UX적으로 리디자인하고, 키워드, 구조, CTA 설계 등 이 모든 것들을 전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지원은 능동이지만, 노출은 전략이다. 스텔스 모드를 해제해야, 헤드헌터나 채용 담당자의 레이더에 잡히고, 다음 기회를 능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지원자라면, 자기 자신의 브랜드 UX까지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판은 읽었고, 퀘스트는 이해했다. 이제 나라는 캐릭터를 설계하고, 무기를 장착하고, 전략을 짜고, 실패를 리디자인하고, 노출 UX를 구축할 차례다.


취업은 시스템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설계자다. 3장에서는 그 설계의 튜토리얼을 하나하나 밟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