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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Oct 13. 2024

편식과의 전쟁

안 먹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분노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할 정도로 우리 아이는 편식이 심하다. 얼마나 심하냐면 다른 아이들이 환장하는 돈가스, 소시지, 피자, 햄버거 이런 건 입에도 안 댄다.

아이들이  곧잘 먹는다는 스파게티나 짜파게티도 먹지 않는다.

현재 만 6세 아이가 유일하게 먹는 음식은 흰 밥, 김, 미역국, 하이라이스, 참치주먹밥, 계란말이.

딱 여섯 가지이다.

엄마로서 정말 미쳐버릴 노릇이다.


돌이켜 보면 아이는 아주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입이 짧았던 것 같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는 만들어 주는 대로 곧잘 먹더니 15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가 만드는 이유식에는 입도 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난 그때 열혈 엄마였기에 아이가 내가 만든 이유식을 먹지 않자 시판 이유식을 사서 먹여 봤는데 그때도 아이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유식을 먹이면 입 안에 계속 머금고 있다가 내가 뒤돌아 설 때 입 안에 있는 걸 퉤 뱉어 버릴 정도였다.




 하아.

그럼 모르는 누군가는 내가 아이를 그렇게 키웠다고. 안 먹으면 한 끼 정도는 굶어도 되는데  엄마가 너무 유난이라 이렇게 아이가 변했다고 하겠지.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특히 시어머니에게) 그래서 나도 한 번은 이 아이의 편식을 고쳐야겠다 굳은 결심이 들어서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이의 음식을 모두 치워버렸다. 정말 그때는 어떻게든 아이의 편식을 고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죽다 살아났고 3박 4일 입원을 하며 나의 편식 고치기 대작전은 그렇게 허무하게 나의 패배로 끝이 났다. (후에 의사 선생님은 1시간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야단을 치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가 밥을 먹을 시간이 되면 티브이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아이가 만화를 보는 동안 아이의 입에 몰래 음식을 넣었다. 가정교육이고 뭐고 간에 그저 아이가 이 음식을 먹기만을 바라는 나의 소망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늘 어린이집 가방에 김을 싸줬다. 워낙 안 먹는 아이라 김이라도 싸줘야 점심밥을 조금이라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치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보는 눈이 있으니 이제 김을 싸주는 건 안 된다고 하셨고 나 또한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여 김 없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그렇게 되자 아이는 유치원에서 굶기 시작하였다. 간식도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손도 대지 않으니 당연히 건너뛰고 점심밥 시간엔 맨밥을 몇 숟갈 먹다가 버렸다.

사실 난 그 사실을 몰랐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이의 같은 반 친구와 만나 놀이터에서 놀리고 있는데 그 아이가 “엄마 00 이는 (우리 아이) 점심시간에 밥을 안 먹어. 종이 접기만 하고 놀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돌을 맞는 기분을 느꼈다.


아,

그래서 아이가 유치원에서 마치고 오면 그렇게 간식을 찾았구나. 그래서 초콜릿이나 초콜릿과자를 미친 듯이 먹었구나.

그동안 아이가 유치원에서 뭘 먹었냐고 물어보면 딴짓을 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날 난 정말 슬펐다.




 내 음식이 맛이 없나? 싶어서  맛있다는 반찬가게에서 음식을 사다 주기도 해 보고, 그것도 안되면 그냥 밀키트를 사서 해주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환장한다는 음식이라면 뭐든 사서 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조금만  뜨거워도, 조금만 차가워도, 너무 바삭해도, 또는 너무 말랑해도 먹지 않았다.

감자채 볶음에 계란말이, 시금치, 메추리알 조림처럼 평범한 식단도 아이는 별 이유를 대며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는 자주 아프다.

감기가 한 번 유치원에 돌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아픈 아이가 우리 아이다.

영양제를 먹이고, 몸에 좋은 보약을 철마다 먹이지만 1년 내내 아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루에 먹는 밥이 고작 아침저녁 조금인데 몸이 건강할 리가 없지.


그래서 잘 먹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너무 부럽다. 너무 부러워서 이것도 먹냐 저것도 먹냐 물어보게 되고 또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안 먹는 우리 아이가 미울 때도 있다.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면 우리 남편은 말한다.


-여보, 미안해. 내가 그렇게 편식이 심했어. 나도 어릴 때 김이랑 밥만 먹었대.



 

 내가 이렇게 편식이 심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어릴 때부터 뭐든 잘 먹는 아이였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된장찌개에 있는 미더덕을 먹었다. 물론 더 어릴 때부터 김치를 야무지게 먹었고, 뭐든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어봤다. 그래서 우리 친정엄마는 아직도 나를 키웠을 때 내가 얼마나 잘 먹었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그래서 이렇게 안 먹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욱 낯설고 힘들었다. 나는 이렇게 잘 먹는데 왜 너는 이렇게 못 먹어? 이런  나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너무 안 먹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아이의  엉덩이를 심하게 때린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시절을 후회한다.


오늘도 아이는 지가 좋아하는 초코 도넛을 두 입 먹고 내려놨다. 그 이유는 너무 차가워서. (전혀 차갑지 않았다) 더 이상 먹는 걸로 화내고 싶지 않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도넛을 치워버렸다.


나의 꿈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같은 반찬으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해보는 것이다.

매번 먹는 미역국이 아니라 여러 가지 국과 여러 가지 반찬으로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함께 밥을 먹고 싶다.


도대체 편식과의 전쟁은 언제 끝날까.

나는 오늘 저녁도 뭘 해줘야 조금이라도 애가 먹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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