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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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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네임입력 Oct 06. 2022

개기름 전쟁

부모님 군과 아들 군의 전쟁 그리고

우리 집은 3인 가구다. 4인 가구였지만 일찍이 독립을 하고 최근 결혼한 형을 제외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까지 3명이서 한집에 살고 있다. 형은 맏이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성격 탓인지 진중한 편이고 나는 둘째 막내라 그런지 장난기가 많은 편이다. 장난기가 많은 막내답게 내가 최근 들어 많이 하는 장난이 있는데 그것은 일명 '개기름 바르기'다. 나는 피부가 강한 지성이라 세수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도 얼굴에 유분기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피부가 악건성이라 얼굴에 기름은 물론 발에 땀도 잘 나지 않는 편이라 겨울이면 피부가 곧잘 갈라지곤 하셨다. 처음에는 내 얼굴에 있는 개기름을 어머니에게 장난으로 묻힌 행동이 시작이었는데 그 당시 어머니의 격한 반응에 피부가 너무 악건성인 어머니에게 지성인 나의 유분기를 묻혀 갈라짐을 방지한다는 의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은 핑계를 늘어놓으며 장난을 이어갔고 이후에는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다.(장난기가 선을 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나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괴롭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철없는 아들의 행동이라며 아버지는 웃어넘기셨다.(아버지도 은근 어머니의 반응이 즐거우셨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며칠 후 도발만 이어지던 양상에 아버지께서 참전 의사를 밝히셨고 우리 집에는 본격적인 개기름 전쟁이 발발했다. 그것은 나의 도발 시작에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2022년 9월 말의 저녁이었다. 처음에는 나의 도발에 어머니의 약한 반격 정도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던 나는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종종 어머니의 거센 반격 몇 번으로 상처를 입어 한동안 소강상태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참전 이후 기세는 역전되었고 어머니는 나보다 더 유분기가 많은 아버지의 개기름을 지원받아 역공을 해왔다. 처음엔 같은 유분기라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어머니에게 재차 공격을 했지만 2022년 10월 05일 21시경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어머니는 어마어마한 양의 개기름을 나에게 묻혀왔고 결국 그 양과 질의 개기름을 감당하지 못해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이로써 도발 기간을 포함해 약 한 달간의 전쟁이 아들 군의 패배로 막을 내렸고 아들 군은 본인의 방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나의 도발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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