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률
클라우드 서비스는 소개에 능하다. 별 고민 없이 사진을 툭툭 던져대며 3년 전의 나, 1년 전의 나를 소개해 주곤 한다. 갑자기 훅 들어와서 잠시 한자리 차지하려는 기억들이 귀찮기도 했지만, 어느새 나도 제법 즐기게 되었다. 별것 아닌 음식 사진, 잊고 지내던 친구, 여행지의 날씨들을 슬쩍 음미하는 여유가 생겼다. 어쩌다 불유쾌한 순간이 상기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사람은 행복한 순간을 남기지 않던가.
현대음률은 기억을 음미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네모난 바에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껌뻑껌뻑 점멸하듯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추억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만한 것들을 골라내서 옆자리의 친구에게 안주 삼아 이야기해 주다보면 시간도 잊어버린다. 아이참- 어느새 나도 꼰대가 돼버린걸까. 개인적인 추억담은 적당히 듣는 사람의 눈치를 보며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슬쩍 눈치를 보며 이야기해보자면)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방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듣다가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슬픔에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꽤나 사랑한 것 같고 가슴이 먹먹하게 아픈 것이- 어쩐지 사랑을 알아버린 것 같았다. 밤에 캄캄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괜히 쓸쓸해져서 엉엉 울던 때도 떠오른다. 엄마는 당황해서 웬 청승이냐며 핀잔을 줬지만 그건 그저 사춘기였다. 시작되었고 지나가버렸다. 이런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라버린다.
음악과 알코올, 어두운 조명의 3박자는 아주 편안하다. 20대가 되면서는 그것들이 갖추어진 공간으로 부지런히 숨어들곤 했다. 우드스탁에서 록 음악을 듣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히히덕대고, 친구들과 클럽에 가서 테킬라를 마시며 춤도 추고. 가끔 ‘나 지금 너무 진지해’라는 기분이 들 때마다 도망치기 제일 좋은 곳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쓸데없이 진지하게 굴던 나이는 금방 지나갔고, 그보다는 쏘-쿨하게 보이고 싶던 시절이 금방 찾아왔다. 아무렴 진지병 보다는 쿨병이 낫지. 뭐든 너무 진지하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괴로워진다.
추억은 진지하지 않아서 좋다. 온전히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것, 적당히 숨어들고 싶은 것, 그것이 추억의 매력이다. 그저 현대음률의 리듬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장르 : 한국 가요 only
-볼륨 : 대화가 가능한 정도
-플레이 포맷 : mostly vinyl, cd
-스피커 : JBL 4344
-신청곡 : 불가
-인스타그램 @hyundae_eumryul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4 2층
-050-6818-8180
-화요일 휴무
<JoJo’s comment>
오늘도 여지없이 인파로 붐비는 연트럴파크를 걷던 당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역시나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면 동진시장 쪽으로 주저 말고 걸어가자. 주소를 찾아 이곳에 다다랐을 때 간판이 없어도 당황하지 말 것.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벽면 빼곡한 바이닐과 커다란 스피커가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다른 바이닐펍과 다르게 이곳은 오로지 한국음악만 플레이된다. 신청곡은 영업 방침상 받지 않지만, DJ의 가이드를 믿고 따라가보자. 편안히 음악을 듣다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한국의 대중음악 곡들을 발견하고 새삼 감탄하게 된다. 중간중간 아는 노래가 나오면 추억 속으로 딥 다이빙하는 재미도. 비정기적으로 스페셜 DJ를 초빙해 열리는 ‘일요 디제이 음악회’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월요병에 시름시름 앓는 당신에게 좋은 진통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