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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 Sep 02. 2022

철 지난 옷장은 잊어버릴래

턴테이블 커피 바

기어코 여름이 와버렸다. 옷장 정리도 못했는데. 버티다 보면 다시 추운 날씨가 오지 않을까- 한국은 겨울이 참 길잖아- 하지만 겨울  못지않게 여름도 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오늘 같이 쉬는 날 빈둥거리지 말고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면 정리할 수 있을 테지만, 음-(뒹굴) 음-(뒤척) 에잇 나가버릴 테다. 가벼운 샌들에 발을 꿰어 넣고 턴테이블로 향한다. 옷장 정리보다야 초여름의 큼직한 장미 송이들을 보며 걷는 게 더 즐겁다.


이젠 오랜 친구가 된 턴테이블 사장님은 꽤나 간결하고 깔끔한 성격이다. (가게를 나서면 털털하고 귀여운 푼수가 되기도 하지만) 8년 넘도록 한결같이 가게를 정돈하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재빠른 두루미처럼 음악을 틀고, 컵을 씻는 모습이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녀가 한숨 돌릴 때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시간도 참 좋다.



이름을 붙여준 길고양이들이 와서 야옹 하면 밥을 내어주고 (키위, 미원, 삼색이, 우사기 등) 주인을 따라 산책하는 동네 강아지들은 들러서 그녀의 상냥한 인사를 받고서야 다시 길을 나선다. 오랜 단골손님들도 다양한 주전부리를 들고 가게를 수시로 들락거리는데. 그녀의 살짝 무심하고도 다정한 인사가 자주 그리워지는 거, 나도 알지-


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은 기다란 바 bar에 기대어서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연습을 한다. 바 bar를 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가서 부들부들 떨리더라도 짐짓 우아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나는 턴테이블의 밤색 기다란 바 bar에 상체의 무게를 슬그머니 기대어본다.


피닉스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다 보니 해가 지려고 한다. 왠지 오늘도 또 다른 단골 친구들이 나타날 것 같다. 그럼 또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게 될 거고, 옷장 속 여름도 깊어갈 테지.



-장르: 모든 장르

-볼륨: 대화가 편안한 정도

-플레이 포맷: vinyl, cd, streaming

-스피커: Marshall

-신청곡: 가능


-인스타그램 @tt_turntable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35길 11

-02-6398-5115

-월, 화요일 휴무


<JoJo's comment>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선 책거리를 조금 걷다가 계단을 오르면 귀여운 뮤직바 턴테이블을 마주하게 된다. 유서 깊은 서울 인디록의 성지 와우교 인근에 위치한 만큼 트랜디한 k-indie 밴드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곳으로. 낮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재즈가 흘러나오지만 해가 지면 인디록을 비롯해 드림팝, 슈게이징, 포크록, 90년대의 브릿팝, 80년대의 뉴웨이브 등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록과 팝 음악이 플레이된다. 신청곡도 편안히 부탁할 수 있는 분위기. 화창한 낮에는 커피 한잔하며, 기분 좋은 밤에는 술 한잔하며 큰 통창 밖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동네 고양이와 강아지 구경도 힐링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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