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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니몬 Feb 18. 2023

나의 창업일기

#2 충분히 헤매고 있습니다.

 나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추어진 환경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해외영업/사업전략 사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내가 경영지원업무나 아웃바운드 영업을 할 필요가 없고,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길, 그 시스템 안에서 나는 열심히 내 역할을 수행하면 그만이다.


 여타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나는 회사에 대해서 넋두리를 늘여놓았다. "왜 이렇게 할까? 내가 사장이라면, 의사결정권자라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나 창업을 하고 보니, 내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회사의 시스템은 그 존재만으로도 대단했다.


 사업자등록부터 회계 기장과 같은 경영사무업무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ERP에 자동으로 저장되던 자료들을 하나 하나 엑셀로 서류를 만들어서 수동으로 관리하다보니, 나름 정리왕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내 회사생활과 다르게 내 개인컴퓨터 파일 정리는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영업의 경우 더 심하다. 그 동안 회사의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던 것들은 모두 회사의 후광 때문이었음을 느낀다. 작은 창고형 임대 사무실에서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2~3시간 기다리다가 허탕을 치기 일 수이고, 주변 지인들에게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모두 방문판매원을 보는 것처럼 부담스러워 한다. (사실 지금까지의 매출 point of sales의 90%는 지인판매이니, 그럴 만 하다.) 

 아무 것도 없는 우주에서 혼자 유영을 하는 기분.


 그래도 이커머스 시스템이 있는 덕분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자사몰을 만들고 제품을 홍보하면서 organic 유입이 조금씩 늘도 있다. 인스타 광고에서 사업에 성공했다고 나오는 사업가들이 말하는 것이 100% 거짓은 아닌 것 같다.


 독수리는 새끼들이 비행을 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절벽에 새끼들 던진다. 새끼들은 무려워하지만 곧 자신이 날 수 있는 독수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렇게 비행을 시작한다. 회사에서의 경험이 모두 무용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절벽에 내 자신을 던진 지금, 회사에서 얻은 경험 그리고 사업을 준비했던 내 시간들이 비행DNA가 되어, 내가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하리라 확신한다.


 나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독수리 한마리이기에, 지금 충분히 헤매고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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