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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알쫑알 대는 사람
Jun 16. 2023
꽤나 오랜만에 저 멀리 싱가포르에서 온 연락이 있었다. 온 지구인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피해 잘 지내고 있냐는 진짜로 안부를 묻는 안부 인사. 애틋하게 서로를 걱정하며 얘기를 나누던 끝에 무언가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싱가포르에 사는 지인은 덧붙였다.
"이 바이러스 시대를 경험하고 나서 가장 명확해진 사실은 우리 모두가 떠나고 싶은 순간 바로 떠나야만 한다는 거야."
이 얼마나 프로 여행러 다운 말 인가. 평소에도 다소 자유로운 영혼인 언니 다운 말이라 ‘피식’ 하면서도 반박할 수 없던 말이 아닐 수 없다.
말로만 떠났던 순간 혹은 말로만 무언가를 했던 순간이 도대체 얼마나 많던가. 어림 잡아 헤아려 보아도 셀 수도 없다 싶다. 어제저녁 퇴근길만 해도 헬스장 앞을 지나서 퇴근하면서도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데를 벌써 수개월 째 마음속으로 외치기만 했던 나다.
어떤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을 되짚어 본다. 미뤄뒀던 웃음까지. 더 이상은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그냥 보낼 수는 없겠다 싶은 마음에 ‘주섬주섬’ 짐부터 챙겨본다.
지금, 바로 떠나야 하는 그 이유가 있으니까.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