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쫑알쫑알 대는 사람 May 31. 2023

장가갈 수 있을까

 

미팅 차 꽤 먼 거리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엉덩이를 붙였나 싶은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아리야~ 커피 소년 노래 틀어줘.”


‘커피소년’이야 두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로 명곡들이 많은 엄청난 뮤지션이지. 특유의 낮고 조용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목소리와 아름 다운 선율에 더해지는 치명적인 가사까지 엄청난 가수다. 속으로 ‘명곡이지~ 명곡!’을 외치며 내심 기대하던 찰나 이어지는 아리의 목소리.  


“커피 소년의 장가갈 수 있을까 틀어 드릴 게요.”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 고요하던 차 안에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그 순간, 조용하게 속삭이듯이 노랫말이 번진다.  


“장가, 갈 수 있을까~?”


도저히 못 참겠다.


"푸항항"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듯한 가사와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한 사람만 빼고 다들 ‘깔깔’ 터지고 만다.


30대 초반까지는 인기가 많아서 결혼을 안 했는데, 30대 중반 이후 에는 연애도 마음대로 안 된다며 ‘외롭다’를 외치던 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많은 커피 소년 노래 중에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던 노래인데, 굳이 왜 아리가 이 노래를 들려주는 건지 모르겠단다. 그 배경과 맥락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자 고민에 찰떡 같이 딱 맞는 선곡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인공지능이라지만, 이렇게 사람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마음을 읽는다고!? 다들 놀라워하는 찰나, 운전대를 잡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이건 아니야!’ 라며, 다시 한번 그가 외친다.


“아리야! 커피소년 노래 틀어줘!”


그 마음 다 알고 있는데, 이러지 말라는 듯이 아리가 답한다.


“커피소년의 장가갈 수 있을까 틀어 드린다고요!”


다들 이제는 발을 '동동' 구르며 웃다 울다 난리가 났다. ‘쒸익 쒸익’ 숨을 몰아쉬어 보지만, 차 안에는 그저 듣기 좋은 음색의 노래와 이따금씩 웃다가 ‘컹컹’ 하는 돼지 콧구멍에서 날 법한 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가끔 보면 인공 지능이 나의 숨기고 싶은 마음까지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역시 아리는 능력자였다. 이러다 장가가는 법도 그에게 알려 주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집념의 그가 또 한번 아리를 부른다.


“아리야! 커피소년 노래 틀어 달라고!”


다들 너무 웃어서 숨이 넘어가는 가운데 아리도 이제는 그가 짠했는지, 반쯤 체념만 목소리로 답한다.


“커피소년의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틀어드릴게요!”


됐냐? 됐어? 하는 느낌이다.


"푸하하!!"


이쯤 되면 게임 끝이다. 결국 장가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똑똑한 아리가 그의 편이 되어 준 단다. 행복하기만 하다 면야 그걸로 충분한 일. 어찌 되었든 그 결론은 지나 봐야 알겠지만, 노래는 참 좋다. 그나저나. 


“장가, 갈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콩 심은 데, 콩 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