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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Jul 31. 2024

시인 장석주가 쓴 글쓰기 수업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시인 장석주는 대추 한 알을 보면서 대추가 붉게 여물어지기까지 태풍, 천둥과 벼락, 무서리와 땡볕을 기억하였다. 대추 한 알이 그럴진대,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서리와 태풍, 피와 땀이 필요한 것일까. 어떤 이는 씨앗을 뿌렸는데도 잡초만 무성하다고 땅을 떠나고, 어떤 이는 한여름의 모진 열기와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다. 그러고도 남은 사람은 열심히 글밭을 일구며 가을의 수확이 변변치 않더라도 내년을 기약하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하늘에서 내려준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자가 아니라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 졸작이 되든 수작이든 상관없이 일단 혼자만의 방에 앉아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작가 장석주는 이 책에서 밀실과 입구를 통과해서 미로를 헤매다 출구를 거쳐 광장으로 나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글쓰기 작업을 시인의 감성과 인문학적 통찰로 담아냈다. 작가는 자신만의 밀실에서 글쓰기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하지만, 그 반대로 독서를 좋아해서 글 쓰는 작가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글쓰기 책에서 말하듯 많은 책을 읽는 것은 글쓰기라는 집을 짓는데 기본 토대가 된다.


 작가가 제목에서부터 강조한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작가마다 어휘에 대한 편애, 문장을 쓰는 방식, 영감의 원천이 다르며 거기에서 스타일의 차이가 나타난다. 스타일이란 글의 형식, 흔히 말하는 ‘문체’ 그 이상이다. 작가가 그리는 마음의 무늬이며 사상의 실체, 작가 바로 자신이다. 문체는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쌓아 올린 벽돌이고, 그 구축 방식을 포괄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문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쓰는가에 따라 문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작가가 가진 문체의 스펙트럼을 포함하여 그 작가의 스타일이 구축된다.

 저자는 뛰어난 여러 작가의 글과 문체의 특징을 보여준다. 감각적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김연수의 문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하드보일드한 헤밍웨이의 문체, 낯설고 기이한 삶의 기표를 좇는 직관적인 문체의 허먼 멜빌, 세상을 등진 냉소적인 문체의 샐린저 등등.


 자신만의 문체와 스타일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피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어떤 뛰어난 작가의 모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살아온 삶, 그가 접한 책과 만난 사람, 글 쓰는 취향과 습관이 모여서 스타일이 형성된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단련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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