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만 해도 마음속에 무엇인가 글을 쓰라고 마구 충동질했다.
전부터 자신이 없어서, 아니면 테마를 못 골라서 시작하지 못했던 브런치 연재를 시작해 볼까?
밀리로드 밀어주기, 이것도 좀 끌린다. 그런데 '밀어주기' 한 명도 없으면 어떡하지?
이미 브런치에서도 응원을 한 번도 못 받아서 아예 응원받기를 없앴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응원이란 것이 서로 품앗이의 경향도 있는 것 같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브런치 작가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면 받기 어려운 게 아닐까. 단지 글 자체로 독자에게 응원을 받는다는 것은 웬만큼 호소력 있고 매력적인 글을 쓰지 않는다면 힘든 일이다.
그리고 처음과 달리 갈수록 응원하는 사람들 수가 적어지는 느낌은 브런치에 자주 들어오지 않는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한동안 (글은 쓰지 않고)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들끓었던 것은 욕심 때문이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라던가 문예지 응모라던가 이런 것에 관심이 생겼다.
독자층을 고려하며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방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 또 하나의 자아가 '무엇을 쓰고 싶은가' 물었다. 쓰고 싶은 소소한 것은 있는데 하나의 테마가 없었다. 두 자아가 싸우기 시작했다.
응모에 목표를 두고 글을 쓰면 진정한 자신을 잃을 것 같다. 쓰고 싶은 글을 써야지, 잿밥에 더 마음이 가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응모라는 목표가 있으면 글을 완결시킬 수 있는 추진력이 된다. 늘 목표 없이 되는대로 글을 쓰다가 생활에 쫓겨 한 달에 몇 편 못 쓰게 되지 않았던가.
어떤 사람의 눈으로는 명예욕으로 보일지 몰라도 작가가 되기 위해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응모에 목표를 두고 글을 대량 생산할 것만 같은 마음이었으나, 갖은 스트레스와 여기저기 계속 아픈 바람에 결국 이런 내적 갈등은 무위로 돌아갔다. 애초에 쓰지 못할 것을 왜 고민했나 모르겠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나를 다시 글쓰기로 이끈다. 누구는 닥치고 글이나 쓰라고 하겠지만(책 제목처럼), 쓸데없는 고민은 아닐 것이다.
오늘밤 아픈 발을 이끌고 가볍게 산책을 하고 왔다. 인어공주도 아닌데 걸을 때마다 왜 이리 아픈 것일까. 요즘은 얼마나 천천히 걷는지 사람들이 다 나를 앞서간다. 뒤에서 오던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도 나를 지나쳐 앞으로 나간다. 운동이 되게 걸으려면 빨리 걸어야 된다고 잠시 속도를 높였다. 돌아올 때는 힘들어서 속도를 더 늦춰야 했다.
욕심이 앞선다고 일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힘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어차피 독하게 매진하는 성격도 아니다. 응모할 수 있으면 좋고 안 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글쓰기에 발전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하고 퇴근해서는 엄마로서 주어진 역할을 하고 휴일엔 편하게 쉬는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 괴롭히진 말자. 언젠가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내게 올 것이다. 그때까지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내 페이스대로 글을 쓰고 싶다.
가뭄에 콩 나듯이 글이 써지더라도 브런치 구독자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 한 번 구독자는 글을 읽지 않아도 거의 계속 구독자라는 것을 눈치채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