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 세상에 나 혼자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사람은 항상 혼자 살아가는 고독한 존재이지만, 유독 그런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느 순간 계절처럼 그 사실이 다가왔을 뿐이다.
아, 세상에 나를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하고 고개를 떨군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천애 고아가 되었다. 엄마에게도 항상 자랑스러운 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엄마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없겠지.
가족도 있고 자주 통화하는 친정 언니도 있고 아주 가끔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나는 늘 외로웠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외로움의 골이 깊어진다. 남편도 떠나고 친구도 떠나고, 그 누구와도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빈 들판에 혼자 서 있는 겨울나무 같고, 세상살이가 다 헛헛하다.
남편은 남의 편, 말로는 나밖에 없다고 하면서 전원주택으로 나가서 일주일에 한 번 잠시 들리는 게 전부다. 진실되다고 믿었는데, 거짓말도 잘하고 돈과 관련되거나 자기에게 손해가 간다 싶으면 말을 싹 바꾸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은 밥 먹을 때나 필요한 게 생길 때만 다가오지, 평소에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내가 보낸 카톡도 확인하지 않는다. 내 전화는 안 받고 자신이 필요할 때는 회의 중이라도 계속 전화하고 카톡 한다.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엄마는 일방통행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닫힌 방문 안에 내가 있다. 가끔 방문이 열리면 잠시 조우하고 다시 유폐된다.
예전에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오랜 지인' 정도에 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단은 다들 멀리 있고, 그래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가까운 곳에 친구가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 누구와도 멀게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책이 친구가 되고 블로그가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책은 말을 할 수가 없고, 일기를 써도 혼자만의 동굴 벽에 울려 퍼질 뿐이다. 블로그에 뭔가 끼적이고 글을 올려도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잠시 환했다가 금세 꺼져 버린다.
가끔 옛날에 친했던 블로그 이웃이 생각난다. 이웃을 끊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서서히 멀어져 간 사람들.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찾아가 보면 블로그를 그만둔 사람도 있지만, 다들 예전과 비슷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몰래 들어갔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 공감을 누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떠난 이웃은 돌아오지 않는다. 조금 더 쓸쓸해진다.
이 세상에 진실로 나를 사랑하는 이가 없다고 느껴질 때, 나는 두 팔을 교차하여 양 어깨를 꼭 안는다. 셀프 허그.
"그동안 수고했어.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칭찬의 말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전기장판의 온도를 높인다. 따뜻하다. 겨울에는 따뜻함이 주는 물리적인 위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큰 위로는 창밖으로 보이는 크리스마스 조명. 밤 12시가 넘도록 어둠을 밝혀주는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 그리운 이가 토닥이며 이불을 덮어주는 것 같다. 가만히 지켜보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