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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버거운 나를 고백합니다

꾸준함과 절실함이 부족한 아마추어 작가, 아직 멀었다

by 류다



일주일에 2번 연재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겨우 한 달 조금 넘었다. 어떤 브런치 작가는 매일 연재를 하는 걸 고 반성도 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 그건 글에 대한 얼마만큼의 치열한 열정과 절실함, 성실한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일까. 애초에 책을 많이 읽거나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리고 뭔가를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 나인데 섣불리 일을 벌인 게 아닌가 벌써부터 후회가 된다.


혹시 일요일 나의 글을 기다린 구독자가 있다면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이런 글을 쓸 시간에 연재 글을 써야 되는 게 아닌가. 사실 마감 시간을 조금 넘겨서 급하게 마무리한 적도 두어 번 있었다.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해보았다. 적당한 사진을 찾고 두어 줄 썼는데 막 쓰기가 싫은 것이다. '이번 주는 쉬어갑니다', 이렇게 갑자기 올리는 것도 객쩍다. 눈꺼풀은 감기고 점점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찾아든다. 주말 내내 놀다가 밤 10시부터 초조감이 엄습했다. 그런데 왜 이리 글쓰기가 싫은 거지? 분명 내가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말이다. 뭔가 짜인 판이 있으면 더 열심히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틀에 매이는 것이 정말 싫다.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글을 쓰면 안 되나? 지금까지 이런 생각으로 꼴리는 대로 글을 써왔다. 그렇게 되니 몇 년이 지나도 글이 조금밖에 모이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연재를 많이 띄워주기도 하고, 규칙적으로 숙제하듯이 글을 쓰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발전하고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쓰기 비법서나 글쓰기 관련 유튜브에서도 되든 안 되든 매일 쓰라고 말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의자에 앉아 몇 줄이라도 쓰라고 권한다. 그 '매일', '규칙적', '글쓰기 습관'이란 게 나에게는 너무 먼 그대라는 것을 오늘 절실히 느꼈다. 분명 쓸 시간이 있었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연재 대신에 블로그 글을 썼다. 그게 더 쉬우니까. 하나의 주제에 의한 연재 글쓰기에는 집중적인 성찰과 사색이 필요하다.


나는 그냥 생각하기 싫었고 쉬고 싶었다. 그러면 한 주 건너뛰고 다음 주에 쓰면 되지, 나는 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며 잠 못 들고 있을까. 이것이 바로 연재의 함정이다.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 하는 법, 마감을 독촉하는 사람은 없으나 한 번 시작한 이상, 그리고 앞으로 계속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선 용두사미는 안 될 말이다.

왜 나는 목차를 이미 정한 연재 글을 올리는 것이 어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급하게 쓰려니 힘든 것이다. 연재 마감일, 마감시간에 쫓겨서 글을 쓸 게 아니라 매일 몇 줄이라도 글을 써놨어야 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잠깐씩 스치듯 구상만 했다. 사람마다 글 쓰는 스타일은 다를 것인데, 나는 벼락치기 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판에 자꾸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회의적인 생각에, 우울과 무력감에 자꾸 넘어지고 포기하고 말았다. 변명은 차고 넘쳤다.

이번 브런치 프로젝트에 글을 제출할 수 있을까? 5일 남았다. 작년에도 제출하지 않았듯이 올해도 포기할 것인가. 1시간 동안 이러고 있을 사이에 연재 글 하나는 완성했겠다고 내부의 심판자는 속삭인다. 내 마음이 동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었을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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