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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말...회피인가 게으름인가

by 류다


네이버 블로그 2개에 브런치 연재 1주일에 2편.

이건 너무 무리잖아.

브런치에 여행 에세이 올리는 날인데, 밤 11시 임박해서 책상에 앉았으나 글이 너무 쓰기 싫은 거다. 지금 쓴다면 연재와 관계없는 글을 쓰거나 나의 메인 블로그에 여행 사진만 잔뜩 올리고 싶다. 아무도 별 관심이 없는 포스팅을 혼자 몇 시간 동안 매만지는 것도 허무하다. 점점 나만의 일기장처럼 되어버리는 블로그와 브런치?


이슬아처럼, 스누피 작가처럼 매일 연재를 하는 사람은 진짜 프로겠지.

돈과 관계없이 취미로 쓰는 글쓰기라서 그런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에도 매일 조금씩 미리 써놓겠다고 다짐했는데,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이에게 공부를 못하더라도 고3이면 최선은 다해야지 그러고선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직업 외에 꾸준히 하는 것이 없고 늘 핑곗거리를 찾는다.

이 정도 오래 살았으면 굳이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할까? 이 정도면 충분히 애쓰고 수고하고 살지 않았나. 지금부턴 좀 대충 살아도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대놓고 드는 것이다.


얼마 전 남편의 말에 가벼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몸이 약한 남편보다 내가 더 일찍 죽을 수도 있으니 보험 잘 챙기라는 남편의 말.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니 사고사 할 가능성이 높다나.

남들 눈에는 위험해 보이는 여행을 겁 없이(?) 다니는 것을 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이 덜한 것 같다. 뭔가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장밋빛 인생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어느 날 예고 없이 죽음이 닥쳐도 아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원래 세상을 보는 눈이 다소 비관적인 사람이다. 어렸을 때의 기억들, 아버지나 오빠에게 맞은 것이나 늘 탐탁지 않게 나를 봤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나를 이렇게 우울한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 나이가 드니 자꾸 옛날 일을 반추하게 된다. 가난한 외벌이에 아이를 4명이나 길렀으니, 막내인 나에게까지 사랑이 돌아오긴 힘들었겠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한둘 낳아 공주처럼 대접받고 자랐다면 지금의 내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타고난 기질이란 것도 있으니. 행복하지 않아서 글을 쓴다. 이 제목으로 글을 한 편 뽑고 싶었는데 제목만 적어놓고 말았다.


지금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빨리 대학 가고, 내 체력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위시리스트의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10년간 여행 계획을 대충 짜보기도 했다. 그래도 여행이란 게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인생에 뭔가 기대할 게 하나는 있어야 되지 않겠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 10월부터는 거의 책을 읽지 못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고 겨울이 독서의 계절 아닐까. 특별한 일 없이 분주한 이 계절에 연재 글쓰기도, 독서도 잠시 쉬어간들 어떠하리. 내 안의 게으름이 오늘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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