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족의 동병상련
날씨가 더워지니 몸이 매일 천근만근이다. 이 피로와 졸림이 처음에는 단순히 저질체력에서 오는 것인 줄 알았다. 얼마 전 병원에서 피검사하니 당뇨 전단계였다. 어쩐지 매일 밥만 먹으면 졸리고 피곤하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맥주 한 캔씩 홀짝이면서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는데, 이제 논 알코올로 바꿨다. 그마저도 자주 마시진 않는다. 맛도 없고 취하지도 않으니 마실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도 가끔 논 알코올 맥주를 사러 간다. 부정할 것 없이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금주에 이르는 단계라 생각한다.
오늘도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어제 한 필라테스 수업 때문에 근육통에 시달리고 누워서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몸이 피곤하니 무기력하고 주말만 기다린다. 신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니 마음도 약해지고 작은 고민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도 잘 받고, 치매인가 싶을 정도로 기억력이나 인지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고 싶은 일은 있으나 귀찮고 피곤하다. 그래서 자꾸 미룬다. 체력과 함께 삶의 질도 떨어지니 행복은 체력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운동을 싫어하고 끈기가 없는 내가 족저근막염과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지면서 유일하게 하던 몸놀림인 걷기도 그만두었다.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니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돈 주고 하는 고문이라고 생각된다. 일대 일 수업이라 얄짤없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으면 나는 절대 독립투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굴하게 말했다. 살살 고문해도 바로 불어버릴 거라고. 동작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죽을 소리만 해대니 강사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전에는 가기 싫지만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가면 너무 아파서 몸을 사린다. 지금까지는 내가 아픈 것을 잘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밥을 안 먹고 잘 때도 있다. 아니면 밥 먹고 기절. 당뇨가 되지 않으려면 관리해야 된다고 해서 광고하는 지압 스텝퍼를 샀다. 아파서 조금 하다 말았다. 뒤집어서 거꾸로 하니 할만한데 이게 운동이 되나? 깔아지려는 몸을 아이 빨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여잡고 버티는데 부아가 났다. 갱년기에 짜증이 심해지는 것은 그만큼 체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도 골골거리는 편이지만, 작년부터 건강이 조금씩 나빠지더니 올해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 되어버렸다. 내 주변에 있는 동년배들은 여기저기 아프긴 해도 나처럼 심하진 않은데 왜 나만 이럴까 싶을 때도 있다. 물론 내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게으르게 운동하지 않은 탓이다. 어쩌면 자업자득, 그리고 유전적 요인.
친구에게 그랬더니 자기도 그렇다며 동감한다. 역시 우린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