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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Aug 22. 2022

사람과 사랑, 그리고 삶

지그시 바라보면 아픕니다. 지긋이 지켜보면 치유됩니다.

사람, 사랑, 삶......

내가 참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나는 태어났기에 살아가고 있지만, 굳이 행복하려 하기에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았거든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사랑, 그리고 다양한 삶이 나는 재미있습니다. 그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 내 삶의 흐름을 느끼는 도구가 늘어납니다. 내 삶은 이런 방향으로, 이런 세기로 흘러가는 중이라는 걸 알아갑니다.


조용히 세 단어를 읊조리다가 깨닫습니다. 참으로 비슷하구나. 사람은 사랑을 하고 그것을 삶이라고 부릅니다. 당신의 삶에는 어떠한 사랑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것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지 나는 늘 궁금합니다.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이유는 내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고요.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나요?


대화가 그렇습니다. 서로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가, 말이 오가는 그 상황을 대화라고 일컬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 아닐까요. 당신은 태어나 몇 명과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까? 나는 어떻냐고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내가 대화라고 생각했던 그 상황이 알고 보면 나의 독백이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게도 당신을 제외하면 정말 단 한 명과도 대화를 한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삶은 다양한 사람과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삶을 돌아보면 꼭 여러 차례의 전쟁을 치른 장수인 양 피칠갑을 한 내가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보입니다. 삶은 시작됨과 동시에 상처입니다. 모체 안에서 자기 자신을 형성하던 그 시절도 나는 함부로 재단되곤 했으니까요. 나를 소개할 때 말하는 첫마디를 장식하는 이름도 나의 의지는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원치 않는 타의가 가득한 세상에서 나도 모르는 상처를 하나 둘 입습니다. 친절하게 웃는 데 할애할 체력이 남아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이 내뱉은 한숨에도 상처를 받는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은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서도 아파합니다. 또다시 내가 '예민하고 민감하다'고 표현해서 상처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나도 많이 예민하고 민감합니다. 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가끔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이유 없이 가슴 아릴 때 내가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며 하늘을 째려보지만, 애석하게도 하얗게 장식된 하늘에 쉬이 위로받습니다. 나는 그 따위 것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신의 축복이 함께하는 사람일지도요.


나는 너무 많은 양의 사랑을 가진 사람 같습니다. 너무 많이 가진 나머지 세상을 품기로 결심한 사람 같습니다. 나의 많은 친구들과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나의 후세, 혹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의 어머니. 모두의 행복을 빕니다. 당신이 있는 곳의 하늘이 예쁘고, 당신이 있는 곳의 땅이 촉촉하기를 늘 빕니다. 그게 나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내가 안타까워요. 한 우물에다가 가진 사랑을 죄 쏟아붓는 자들의 뼈아픔을 옆에서 바라볼 때 말입니다. 나는 그들의 사랑이 부러웠습니다. 나도 나의 사랑을 모두 퍼내고 난 뒤, 텅 빈 가슴을 쓸어보고 싶습니다. 텅 빈 가슴에 나 혼자 누워 소리 내면, 그곳이 나의 소리로 꽉 차 울리겠지요. 문득 일어나보면 파랗게 멍이 든 내가 서 있을 겁니다. 점차 멍이 노랗게 변하고, 종국에 사라지면 나는 마치 갑옷 하나를 장만한 것 같을 거예요.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맨몸입니다. 아... 부러운 게 아니라 두려운 걸까요. 나는 알고 보면 갑옷 걸치기가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용기내어 자신의 살점을 내어주고 갑옷을 입게 된 자들을 부러워하는 파렴치한 인간이었던 겁니다.


나의 삶을 포함해 내가 지켜보는 모든 삶들은 여전히 구르는 중이니 그저 계속해서 바라볼 뿐입니다. 당신의 삶을 통해서 내가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내 삶을 전해줌으로써 누군가를 위로하려 하기도 해요. 우리 그러한 도구가 되는 삶을 통탄스럽게 여기지 말기로 해요. 가끔은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는 사실에 위로받기도 하잖습니까. 티 나지 않아요, 당신의 구김살. 나는 당신이 참 굳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면의 상처를 용감히 보여주는 행위가, 딱쟁이가 되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 창피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나의 동경을 두려워 말아주세요. 당신이 어떻게 무너지고 깨어지든 나는 그러한 당신을 늘 동경하고 지켜보겠습니다. 무너짐조차 응원하는 것이 맞으나, 평안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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