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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Nov 29. 2022

앞으로를 위한 사랑

을유문화사 도서,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와 함께하는 글입니다.

감히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힘들었던 이유가 있다. '좋아하는 책'이 있는 거지, 모든 책을 펼쳐들거나 덮어낼 수 있는 박애주의자가 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앞에서 그러한 사람이 되고자 했기에 누군가가 건네는 책을 가감없이 펼쳐들기로 약속한 그 때를 기점으로 몇 권의 책을 읽은 후에 받아든 오늘의 책은 무려, 벽돌책이었다.


고전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재미가 있어서 좋아하는 책이 아니다. 빡빡하게 씹히는 고구마를 우걱우걱 입에 침을 발라가며 먹듯 꾸역꾸역 삼킨 번역체를 가슴을 치면서 겨우 넘기고 나면, 나에게 남은 건 뒤통수 얼얼한 쾌감이다. 그 마지막 한 방을 기대하며 가슴을 퍽퍽 치는 진공상태를 견딘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책은 심지어 매끈했다. 긴 대담 속에 이어지는 메세지들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었다.


대화라는 건 우리가 일상에서 늘 나누게 된다. 그게 대화를 가장 친숙한 활자로 여기게 만든 것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가득한 대화의 식감은 거부감이 아니라 궁금증을 남긴다. 한 번 더 꼭꼭 씹고 넘기게 한다. 잘 읽히는, 동시에 잘 읽고 싶게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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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19세기 러시아 노동자 계급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그 팍팍한 삶의 균열은 혁명이었고, 그 사이로 뿌리내린 건 사랑이었다. 친절과 자비, 사랑의 가치가 어디에서보다 빛날 수 있는 그 작은 틈에 몸을 굳이 끼워넣고 '인간적'이라는 단어를 직접 소화하게 한다. 그들의 하루는 하루로 겨우 마무리되고, 그들에게 다시 뜨는 태양은 희망이 이 아니라 또 오고야 마는 하루의 시작이다. 이 소설에서는 그 모든 것들에 익숙해진 굳은살 덩어리의 한 인간이 아주 서서히 자신의 살점을 떼어내고 척추를 다시 곧게 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유를 향한 끝없는 갈망과 그 밑단에 도사린 사랑의 힘이 얼마다 단단한지 보여준다. 눈물, 기쁨, 환희와 같은 단어들이 이 갈라진 사회에 얼마나 큰 이슬이 되어주는지 당신도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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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동지 류드밀라! 삶에 모든 사람을 위한 빛이 이미 있고, 사람들이 그 빛을 보고 영혼으로 받아들이는 때가 올 거라는 걸 당신이 알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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