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는 게 진짜 어렵다는 걸까
임용고시를 보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을 새롭게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네가 말한 길이 사실 어렵지"
이런 말을 듣고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그렇지 쉬운 일은 아닌데,, 조금 무섭기도 하다' 였으며 두 번째는 '그런데 어렵다는 건 누구의 기준이지?'였다. 어쩌면 어렵다는 것도 이미 도전해 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겁', '경각심'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느꼈던 여러 감정을 함축적으로 자아낸 것이 '어렵다'라는 말인 것 같다. 분명 그들이 먼저 걸었던 길이 쭉 어려움으로 뒤덮였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구불구불 산 길이라도 분명 즐거웠던 일도, 쉬웠던 일도 있었을 거다. 다만 시간이 흐른 후 지나온 길을 보았을 때, 구불구불했던 길이니 '어렵다'라는 말로 퉁치기 적합했던 것이 아닐까?
누군가가 나에게 대학입시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조차 쉽고 빠르게 설명해야 한다면 '어렵다'라는 표현을 쓸 것 같다. 그런데 입시 시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어려웠던 일만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반복되는 시험에서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생기부 채우는 일에도 나름의 패턴도 있었으며 가끔씩 숨통을 틔어주는 작은 일탈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어렵던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불특정 한 사람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학 입시를 설명해야 한다면 '어렵다'라는 말을 내놓았을 것 같다.
나는 생각해 본다. 내가 가려는 길에 대해 '어렵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불특정 한 누군가에게 불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렵다'라는 말을 모두 믿지는 않기로 했다. 어렵다는 말을 그저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가려는 길에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진짜 어려운 일이 왔을 때라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모두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는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지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렵다'라는 말에 겁먹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한 큰 힘을 갖고 있다. 적어도 남의 잣대에 맞춰 내 발걸음을 옮길 일은 없다. 적어도 나의 길이 생긴다.
나는 앞으로 내 발자국을 찍어 나가며 '어렵다' 대신 다른 함축적인 단어를 생각해 보려 한다. 불특정 한 다수에게 불친절하게 설명할 일이 있어도 '어렵다'라는 말로 퉁치고 싶지 않다. 똑같이 불친절한 설명일지라도 한마디로 모든 것을 뭉개버리는 단어를 선택하고 싶진 않다.
어려운 길을 간다 해서 어려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런 어려움이 진실로 어려움으로 똘똘 뭉친 것도 아니다. 모든 것에는 스토리가 있고 들여다볼 시간들이 있다.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려질 수 있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다. 그러니 남이 정해놓은 단어 때문에 본인의 발걸음을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