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곡 분석은 카피와 거의 동의어다. 그래서 이번엔 그냥 쉽게 '카피하는 법'이라고 받아들여도 좋다. 대부분 카피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카피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유인즉, 카피를 정확히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카피의 포인트는 단순히 베끼는 게 아니다. 핵심은 내가 레퍼런스 잡은 파트의 '원리'를 이해해서 '응용'할 내용을 찾는 것이다. 수업 때 카피해본 사람들의 결과물을 보면 보통 1차원적으로만 카피를 뜬다. 그 결과 응용이 안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카피를 시키면 어느 정도만 할 줄 알고 정작 자신의 곡은 못 만든다. 왜냐면 카피를 할 땐 명확한 목표가 눈에 보이니까 따라는 하는데 정작 창작곡을 만들기 위해선 명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곡은 못 만든다. 왜 이런 걸까? 개인적으론 사고의 부재다. 좀 본질적인 얘기일 수 있는데, 사고력이 부족해서 눈에 보이는 것만 파악한다. 가령, 레퍼런스에서 설명했듯 제이 콜의 Middle Child를 카피라 하고 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브라스 라인 따고 비슷한 가상악기를 써서 찍는 게 끝이다. 그럼 대부분은 '그게 카피 아냐?' 하겠지만 그건 이도 저도 아닌 작업이다. 예전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님이 전집 여주인 2명에게 다른 곳은 어떻게 하는지 좀 보고 좀 배워오라고 시켰다. 보고 왔다는 내용이 유명 맛집은 우리 집 보다 전의 개수가 몇 개 더 많고, 사이즈는 대략 얼마만큼 더 크다 정도였다. 백종원 님은 그 얘기를 듣고 노발대발하셨다. 겨우 그거 보고 오라고 그 집에 다녀오라고 한 게 아니다. 그 맛집이 이 집과 차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을 부치는 방식이다. 맛집은 기름을 많이 써서 마치 튀기듯이 전을 만든다. 그래서 맛있는 거다. 그런 걸 배워오라고 시킨 건데 전의 개수 얘기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카피를 왜 하냐고 물어보면 10이면 10 다 똑같이 답한다. 카피를 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곡을 만드는 것이라고. 근데 왜 다들 최대한 비슷하게만 찍으려고 하는가. 우리의 목표는 내 곡 만들기지, 레퍼런스 따라 하기가 아니다. 전에 설명했듯 여기서 원리를 뽑아낸다는 것은 '브라스+빈티지'가 핵심이고 관련 곡까지 찾아내는 게 진짜 분석이다. 관련 곡을 찾을 때도 요새 나온 곡은 당연하거니와 예전 힙합 곡들 중에서 이 같은 패턴을 가진 곡들을 찾아서 함께 분석해야 한다. 만약 여기서 확장 시키면 브라스로 만든 게 포인트고 브라스가 메인이 되는 곡을 더 다양하게 찾아야 한다. 혹자는 '브라스가 들어간 곡들이 너무 많은데 너무 광범위하지 않나요?' 할 수 있다. 맞다. 많다. 근데 그래야 내가 진짜 원하는 곡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만약 Middle Child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곡 안에 갇히게 된다. 그 결과 Middle Child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아류작을 만들 게 된다. 그래서 더 다양한 곡들을 들어보면서 내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다양한 곡을 들어야지만 Middle Child에서 어떻게 변형할지 어떤 것과 섞어서 만들지 넓을 사고를 할 수 있다. 결국 곡은 편집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 본 의도가 왜곡될 수 있지만 어쨌든 그게 팩트다. 하늘 아래 유일무이한 것은 없다. 기존의 것들을 어떻게든 섞어서 만드는 게 음악이다. 다만 핵심은 '나답게' 섞어야 한다. 가령, 대부분 '난 브라스가 들어간 트랩을 만들 거야'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뭔지 자신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가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게 진짜 팩트인데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새 프로젝트만 여러 개 만든다. 누차 얘기하지만 곡은 인풋만큼 나온다. 내가 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향성이 잡히질 않는 것이고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찾아야 할 자료도 모르는 것이다. 목적지를 정확하게 네비에 찍어야 정확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왜 내가 곡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 경우도 뭔가 멋있는 곡을 들으면 그런 곡을 만들고 싶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내가 '왜' 만들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Middle Child의 브라스 때문인지, 제이 콜이 멋있서 인지, 뮤비가 멋있어서 인지, 다들 좋다고 하니까 그런 건지 등 그 팩트를 정확히 봐야 한다. 다른 얘기 갔지만 실제로 수업을 해보면 사실 비트를 찍기보단 그냥 래퍼가 멋있어서 비트를 찍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래퍼가 좋아서 비트를 찍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이유인즉, 비트를 찍는다는 건 '사운드'를 직접적으로 만지는 일이다. 근데 내가 '사운드'에 별 관심이 없는데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데 어떻게 의문점을 가지고 자신만의 사운드를 구축하겠는가. 내가 만약 비트가 잘 안 만들어진다면 본질적으로 '내가 정말 사운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는가'부터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사운드 만지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게 맞다 라면 '난 어떤 사운드로 내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내가 왜 카피를 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게 된다.
이번엔 좀 더 기술적인 얘기를 해보겠다. 대부분이 알겠지만 일단 카피를 뜬다고 하면 카피를 할 파트를 도마 위의 생선처럼 시퀀서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곡의 정확한 BPM을 알아야 한다. 초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파형 편집을 잘못해서 BPM을 이상하게 알아낸다. 가령, 4마디를 자르면 정확한 시작점의 파형을잘라야 하는데 이상한 시작점을 자르고 시작점이 이상하니 끝 지점도 이상해서 결국 이상한 4마디로 BPM을 파악하고 잘못된 BPM 세팅과 파형으로 곡 분석 시작 전부터 일이 어그러진다. 4마디를 정확하게 잘랐는지 확인하려면 4마디 루프가 자연스럽게 반복되는지 들어보면 된다. 만약 자른 4마디가 자연스럽게 루핑이 되지 않으면 파형 편집이 잘못됐을 확률이 높다. 여하튼 정확하게 됐다는 전제하에 일단 코드부터 파악을 한다. 코드를 파악할 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근음'을 파악한다. 근음은 해당 코드의 1도 음을 말한다. 만약 여기서 근음이 뭔지, 1도 음이 뭔지 모르겠다면 화성학 기초 공부를 하고 이 글을 다시 읽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와서, 당장에 잘 들리는 멜로디로부터 듣고 코드를 파악해도 무방하나 근음을 파악하고 거기에 메이저, 마이너를 붙여보면 훨씬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숙련자들이야 근음부터 듣던, 멜로디부터 듣던 상관없지만 수업을 하면서 본 사례로는 멜로디 음을 통해 어느 정도 '비슷한' 코드는 따지만 정작 그게 화성학 적으로 어떤 코드이고 보이싱이 됐는지 모르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1차원적으로 비슷하게 카피하려고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분석하는 곡에서 '원리'를 파악해 내 곡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화성학적인 핵심을 알려면 화성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기초인 코드부터 파악하는 것이다. 코드 -> 화성-> 핵심 원리. 이런 테크트리를 위해서 코드를 따는 것이다. 코드 딸 때 가장 핵심은 '청음'이다. 절대 음감이 아니어도 충분히 훈련으로 상대 음감이 될 수 있다. 상대 음감은 들리는 음을 대충 피아노를 쳐가며 찾는 능력이다. 근데 초보자들 대부분이 여기서 GG친다. 왜냐면 근음 듣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1달 동안 이것만 하다가 결국 못하고 수업 관두는 사람 여럿 봤다. 청음은 어떤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죽어라 반복해서 귀를 트여야 한다. 알파벳을 외우는 별다른 방법이 뭐 있겠는가. 입에 붙을 때까지 읽고 쓰고 무한 반복하는 거지. 간혹 청음 훈련을 위해서 앱 같은 거로 피아노 음을 치고 그 음 찾는 연습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나쁘진 않다. 근데 추천하진 않는다. 이유인즉, 내가 청음 해야 하는 곡들은 그렇게 친절히 한 악기로만 되어 있지 않다. 악기는 물론 보컬까지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특정 음을 들어야 하는 게 실전이라 그 훈련법은 별로 추천하진 않는다. 대신 난도가 낮은 곡으로 연습하는 게 나을 순 있다. 악기 수도 적고 심플한 곡들. 이런 곡들은 나중에 실전 예제 때 기회가 되면 다루겠다. 근음을 들을 때 팁을 주자면 EQ로 저역대 약 60Hz까지를 로우 쉘프로 끝까지 끌어올리고 약 100 ~ 200Hz까지 하이 쉘프로 싹 깎으면 저음만 무진장 크게 들을 수 있다. 그럼 그냥 웅웅대는 소리가 들릴 텐데 그 소리를 듣고 근음을 찾아야 한다. 운 좋게 믹스 상태가 잘 된 곡을 만나면 그나마 베이스가 잘 들릴 것이다. 근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이거 너무 힘든 거 아닌가요?' 맞다. 힘들다. 근데 해야 한다. 청음은 소리가 섞여있는 상태에서 음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듣기 좋게 악기 하나하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멜론 탑 100에 있는 곡들만 봐도 풍성하게 사운드가 섞여있다. 그걸 듣고 베이스를 따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이 여기서 포기한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힘든 건 맞지만 연습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청음이 사람 살리는 일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 안되면 내일 다시 하면 된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꼭 이 능력을 갖길 바란다.
근음을 땄다면 코드를 알아내야 한다. 알아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근음을 바탕으로 메이저, 마이너 코드를 만들고 원곡하고 같이 코드를 쳐보면 된다. 함께 들어보고 어울리는지 귀로 판단한다. 복잡한 코드야 힘들 수 있겠지만 메이저, 마이너쯤은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찾은 코드가 맞지 않다면 티가 확 날 것이다. 가령, 원곡이 Cm인데 내가 거기에 맞춰 C Maj를 쳤다? 그럼 불협이 들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코드를 다 찾았다면 다음은 '보이싱'이다. 여기부터 또 빡세다. 기본 코드까지는 쉬운데 '보이싱'을 해야 화성이 멋있게 바뀐다. 만약 보이싱이 뭔지 모르겠다면 화성학 기초 공부를 하고 다시 이 글을 읽자. 보이싱 꾸미기다. 가령, C Maj는 CEG다. 근데 EGC도 C Maj다. C를 한 옥타브 위로 인버전 시킨 것이다. 이렇듯 코드를 알더라도 보이싱을 알지 못하면 해당 느낌을 낼 수 없다. 기존 곡들은 대부분 이 보이싱을 통해 멋있는 코드를 만든다. 그럼 이건 어떻게 알아내나? 노가다다. CEG, EGC, GCE를 다 쳐가며 원곡과 비교해보고 비슷한 걸 찾아야 한다. 여기선 3화음만 얘기했지만 실제론 7도, 9도, 4도, 6도 등을 순서대로 넣고 빼가며 찾아야 한다. 이게 정말 어렵다. 왜냐면 코드는 같은데 구성음의 순서만 다르다 보니 느낌이 뭔가 맞으면서 안 맞는 느낌이 있다. 근데 이것도 자꾸 해보면 원곡과 비슷한 음이 뭔지 알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작업은 나중에 리믹스할 때 중요하다. 리믹스할 때 코드는 맞는데 아카펠라와 뜨는 느낌이 든다면 코드의 보이싱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CEG로는 좀 안 맞는데 EGC로 했을 땐 맞을 수 있단 얘기다. 이 연습을 많이 해두면 나중에 리믹스하거나 실제 작업할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한 예로, 코드를 정 모를 땐 'Middle Child FL'로 유튜브에 검색하면 된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리믹스 한 FL 프로젝트를 보여줄 것이다. 거기에 나온 미디 노트를 참고해서 정확한 코드를 찾으면 된다. 단, 너무 영상에만 의존해서 자꾸 코드를 찾으면 수학 문제 풀다가 안 풀린다고 해설지 보는 것과 같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스스로 알 잘 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