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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Feb 09. 2023

봄 오는 소리

자박자박 따라 오겠지!

2월도 벌써 삼분의 일이 지나간다.

1월의 결심과 다짐이 옅어지는 대신 다가올 3월을 준비하는 마음은 바쁘면서도 설렌다

잠깐의 농부 코스프레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고 거름을 내야 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퇴비도 뿌려줘야 한다


아직은 이른 봄이지만 입춘은 일찌감치 현관문 앞에 떡 하니 올라 있고 스치는 아침 공기에선 봄의 한 숨과 촉촉함이 느껴진다




4년 전부터 매년 한 두 그루씩 심기 시작한 정원수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핀다

모두들 그늘이 좋은 수종으로 까페 정원수로 안성맞춤이다

얘들은 5년 뒤 까페의 정원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드로잉 할 것이다


황금색 가지를 뻗으며 4년째  잘 자라주고 있는 황금 회화목은 작년 여름, 벌써 자기 키만큼 큰 그늘을 만들어 준 기특하고 고마운 놈이다

여린 분홍의 꽃이 하늘 하늘한 왕벚 나무는 지금은 꼬챙이 같은 가녀린 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제일 우람해질 것이고 배꽃을 닮아 뽀얀 얼굴의 왕자두 나무는 심은지 2년 된 막둥이지만 달콤한 자두의 향이 꽤나 매력적일 것라 기대한다

까페의 울타리를 책임 질 편백과 감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서 씩씩하다


올해는 미산 딸 나무(체로키치트)와 노각나무를 빨리 구해야 한다

작년에 구하려 했지만 귀한 수종이라 동이 나 구하지를 못했다

미산 딸 나무는 체로키치트종으로 진분홍 꽃이 너무나 예쁜 나무다

추위에 조금 약하다고 하여 걱정이 되지만 감나무가 자라는 곳은 가능할 거라고 해서 심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식재 후 3년 정도의 겨울은 볏짚으로 밑동과 뿌리를 보온해 주려 한다

일단 3~4년 생 체로키 두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식재 5년 정도만 되어도 그늘이 제법 들 정도로 커진다고 하니 5년 뒤 황금 회화와 더불어 카페의 메인 정원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다른 수종은 노각나무로 수피가 사슴뿔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수피는 배롱나무와 같이 아주 매끈하여 기품마저 느껴진다

노각나무는 겨울에 특히 예뻐 보인다(겨울 이파리 떨군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꽃은 녹차꽃을 닮았고 여름에 핀다. 그리고 가지 배열 또한 어긋어긋하게 되어 있어 수형이 멋스럽다

다만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고 하니 아주 어린 묘목보다는 조금은 큰 나무를 구해볼까 한다




커피 향 가득한 까페 통창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체로키치트와 구불구불 고풍스러운 황금 회화를 상상하면 벌써 봄이다


은은한 향의 봄과 시원한 그늘의 여름, 그리고 알록달록 단풍의 가을, 마지막으로 쓸쓸한 마른 가지의 겨울까지...까페의 얼굴은 지금 심고 있는 정원수들로 가꾸어 갈 생각이다


봄 오는 소리가 자박자박 들리어 온다

그 소릴 따라 연분홍 매화와 노오란 산수유도  자박자박 따라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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