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사람의 일 능률에 미치는 영향 -라플라스 회사 이야기
내가 일하는 IT 스타트업 라플라스 테크놀로지스는 분당 정자동 네이버에 위치하고 있다. 네이버 1784 사옥은 이번 연도 상반기에 준공되었다.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최첨단 빌딩이다. 우리 회사는 네이버 스타트업 팩토리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층을 나눠 네이버와 사옥을 같이 쓰는 중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타트업에 들어오기 전에 디자인 숍 사업을 했고 워낙 디자인, 인테리어 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내가 이 건물을 보는 시선과 태도는 분명히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면이 있을 것 같다고.... 실제로도 입사한 지 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매일 다른 층에 갈 때 공간을 자세히 훑어보게 된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 뭔가 건물 디자인에 대한 기사를 찾아본 것처럼, 이 건축가가 어떠한 마음으로 사옥을 지었는지 공간을 구석구석 뜯어보며 appereciate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여기 다른 직원분들도 나 같을지, 아니면 내가 유별난 건지. 이곳은 스타벅스에서나 식당가에서 귀여운 로봇들이 서빙을 하는 최첨단 시설이 기사화도 되었었지만, 난 로봇에는 큰 관심이 없고 이곳의 건축 스타일에 더 큰 관심이 있는 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사옥에 대한 환상도 있었다. 미국에서 일했던 웨딩&이벤트 회사는 따로 회사 건물이 크게 없었고, 인턴을 했던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NUS)는 대학교 사무실이었고, 그전에 인턴을 했던 네이버 소속 윙버스는 강남에 작은 사무실이었으며, 구찌그룹 코리아는 청담동 여러 건물에 층을 나눠서 사용했었으니 새로 지어진 시설 좋은 건물에서 일한 적은 없는 셈이다 (물론, 전망 좋고 한강이 보이는 롯데월드타워의 모 회사에서 일했던 내 친구는 매일 새벽 출근, 새벽 퇴근을 해 뷰를 한 번도 보고 일한 적이 없어 본인은 사옥이 아무리 좋아도 감흥이 없었다고 했지만...) 나는 한 번쯤은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지어진 곳에서 일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로 한 이유는, 실제로 저번 글에서 내가 사옥을 찍은 사진을 보고 같은 팀 분이 이 네이버 사옥에 이런 뷰가 있는 줄 몰랐다 라는 감상을 남겨주셨는데 너무 새로웠고, 내가 매일 혼자 감탄하며 찍는 작은 공간의 디테일의 한 끝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공유하고 싶었다.
매일 운동 겸 엘리베이터 대신에 계단을 오르는데 계단도 참 군더더기 없고 멋지다. 실로 봐도 눈이 피곤하지 않게 느껴지는 조명 등등 구석구석 많은 신경을 쓴 듯하다. 생활 속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운동 같지 않고 즐겁다. (하지만 이 공간을 매일 같이 오르고 계단실을 경험 중인 사람은 거의 나밖에 없는 듯하다... 오직 나만의 공간)
우리 회사는 재택이 자율적인 편이고, 나는 세일즈를 담당하기 때문에 외근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 나는 주로 매일 회사 출근을 하고 있다. 집이 그렇게 멀지 않은 이유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 내가 채광 좋은 곳에서 일하는 걸 좋아해서 인 것 같다. 내가 일하는 곳은 사무실 안 자리 일 때도 있고, 포커스 룸 일 때도 있지만 요즘 일하는 자리는 채광 좋은 자리이다. 너무 조용한 곳보다 적당한 생활 소음이 있는 곳이 나에겐 더 잘 맞더라. 어디서 일하든, 본인이 잘 집중할 수 있는 자리를 찾으면 그만.
내가 여기서 여러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일해본 이유 중 하나는 이 사옥 안에는 건축가가 본인의 의도대로 여러 공간에 다 다른 느낌의 의자를 뒀고 (포커스 룸, 창가 칸막이 의자, 트여있는 복도 의자, 식당가의 원형 테이블, 빈백, 테라스 의자 등등) 실로 정말 다양한 그 공간들을 일할 때 한번쯤 다 경험해보는 것도 그의 의도에 어느 정도 부합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경험들로 나의 회사 출, 퇴근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졌기도 해서 이런 점들은 1784 건축가들께 참 감사한다.
디자인, 인테리어적인 면 외에도 내가 재택을 안 하고 매일 출근하는 이유는 집중도 부분이 크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나를 분석한 건 사람이 어느 정도 있고, 생활소음이 있는 곳이 잘 맞는다는 것. 근데 이 부분은 또 다른 분들은 재택 할 때가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할 때도 많아서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난 더 출, 퇴근 타입.
물론 재택을 하면 출, 퇴근 시간을 1시간 이상 아끼고 더 효율적으로 쓸 수 도 있겠지만 나같이 매일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걸 좋아하고 또 거기서 영감을 얻고, 에너지를 얻는 성격은 회사로 출퇴근을 하면서 회사에서는 집중해서 일하고 집 가서는 이런저런 생각 없이 푹 쉬는 게 생활 리듬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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