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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사Nessa Sep 26. 2022

낯선 중동의 도시가 내게 더 편안한 이유

'당신의 국적을 선택해주세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게 이상하게도 '한국적이다'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외국에서 생활한 기간은 고작 1년하고도 10개월. 바다건너 호주에서 지내고 온 시간은 겨우 2년 남짓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건너간 외국에서 쭈욱 생활을 하려니 처음은 물론 쉽지 않았지만, 적응하다보니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오히려 진짜 어려움은 호주에서의 생활을 갑작스레 정리하고 가족을 따라 한국으로 되돌아온 이후 시작됐다.



뭐든 당시에는 이것저것 불만이 많다가도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지'라고 한다고 했던가.. 내게 귀국 후의 생활이 딱 그랬다.



호주에서 지내던게 마냥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에 돌아오고 보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나라가 내겐 더 안맞는다는 걸.



그저 그런 사춘기였다고 하기에는 두 환경에 느낄 수 있는 너무 큰 '다름'이 존재했다. 순간의 경험들이 모이고 쌓여 나만이 규정할 수 있는 두 나라의 차이점.


뭐라 말로 풀어 설명하기에는 그저 답답하기만한.. 단순히 지리와 언어 문제로 그치지 않는 것이었다.



어찌됐건 한국에서의 날들이 흘러 결국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를 입학해 또 다시 졸업하기까지.. 그 이후엔 진로를 찾기 위한 방황이 이어졌다.






여러 분야를 지나치며 겪은 방황에 끝에 닿게 된 자리에선, 드디어 한국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외국에 나가 사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다시 출국해 외국 생활을 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로 설명되지 않던 과거 한국에서 느낌 답답함,

그 실마리가 점차 풀렸다.





나의 두 번째 외국생활이 시작된

바로 이 곳,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말이다.





나는 대체로 평범한 것보다 색다른 것,

지속적인것 보다 다양한 것에 매력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이미 널리 알려진 것,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연상할 수 있는 것보다


특이함이 가미된 것들이 나의 취향에 더 가까웠다.




이런 점 때문에 전혀 아닌 줄로만 알았던 나는 의외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 타입이었다.




주위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던 전-혀 개의치 않고 마이웨이를 걷는 사람들도 있던데, 적어도 올해 지금 시점까지의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눈빛이나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잘 들어오는 탓인지, 어떤 부정적인 기운이나 꽉 막힌 느낌이 들 때 나 또한 긴장되거나 힘이 너무 빠지거나.. 둘 중 하나에 치우쳐버리곤 했다.




평균과 기준에 집착하고 남들과의 비교가 일상인 한국에서 부정적인 기운은 꽤 상당히, 자주 느낄 수 있었다.



타인을 향한 부정, 자기 자신과 남들과의 비교, 높은 확률로   가지 모두..




그리고 적어도 난 그것들을 내 것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비교적 열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던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이런 평균값과 비교의 문화를 더욱 더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분위기와 대비될 수 있는 곳,


다양한 사람들과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환경은


어느 새 내가 추구하는 최우선 순위의 가치가 되었다.





이런 점이 내게 한국이 답답한 이유이자 10여년  호주와 지금의 두바이가 오히려  마음에 드는 이유일 것이다.








이 곳 두바이는 화려하다고 알려진 도시지만 그렇다고 곳곳이 온통 삐까번쩍한 것만은 아니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안개가 자욱했던 지난 달 어느 날의 숙소 뷰. 날이 좋은 평소에는 멀리서 모래가 가득히 쌓인 곳이 보이기도 한다.



도착하기 전엔 이곳 특유의 이미지와 함께 머나먼 지리, 이질감이 묻어나는 이름과 문화에 내심 새로운 생활이 걱정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 여느 도시처럼, 이곳도 결국 여러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일 뿐.






'당신의 국적을 선택해주세요.'





이 곳 쇼핑몰이나 각종 서비스를 가입할 때면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겉으로 200% 이방인일지언정, 서로가 다름이 당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해질 수 있는 곳. 그런 두바이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내가 신입이란 걸 알고나면

꼭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있다.



"두바이는 맘에 드니?"





그럼 나는 계속해서 이렇게 답한다.




"아직 곳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이 곳 분위기는 맘에 들어."


라고.






나는 줄곧 사람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환경을 원해왔다.



실은 독특한게 이상한 것이라 여겨지며

눈총받지 않는 정도로만 꿈꿔왔는데...




지금에야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이건 마치 내 가장 큰 바램이 다른 차원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느낌이다.





단 번에 맘에 든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

그렇게 지내게된 소중한 이 환경에서,


앞으로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려는 마음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그 다양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 곳에서는,



나 자신이 고여있지 않고

꾸준히 열려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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