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초중고 때 친했던 친구 W가 갑자기 떠올랐다. '어머 왜 그 아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지?', '언제부터 연락이 끊겼나?', '결혼은 했을까?', '뭐 하면서 어디서 지낼까?' 갖가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W에 이어 몇몇 다른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까마득하게 잊고 지낸, 소식이 궁금한 이들. 어느 날 운 좋게 소식이 닿아 만나게 되면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은 친구들과 사람들이 계속 생각났다. 한때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현재는 나의 네트워크 밖에 있는 이들이다.
유학을 나와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많은 친구, 지인들과 멀어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부대끼고, 일상과 삶의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유지 발전되는 게 관계인데 공간이 분리되니 그런 것 들로부터 단절되었다. 생활환경과 관심사가 달라지니 나눔의 깊이도 달라졌다. 나이가 들고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던 것도 한몫했다. 결혼한 친구들은 가족을 챙기기에도 에너지와 시간이 부족한 듯했다. 서로 연락이 뜸해지는 사이 연락처가 바뀌어 닿지 않는 친구도 생겨났다. 이들은 자연스레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아쉬웠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는 강물같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끊이지 않는 소수의 친구들, 한국을 방문하면 여전히 찾고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소수는 소중하다. 그걸로 됐다. 이들은 나의 두터운 네트워크 안에 있다.
요즘에는 비슷한 취미와 관심사로 엮인 그룹 사람들과 정보와 생각을 나누며 네트워크를 넓게 만들어 간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 해를 알차고 계획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PDS 다이어리를 구입했고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매일매일을 나눈다. 무엇을 실천하고 어떤 도전을 해냈는지 공유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좋은 글들을 나눈다. 자칫 안이해질 수 있는 순간 다시 고삐를 쥐어 잡을 힘이 된다. 글쓰기 습관화를 위해 시작한 라라 프로젝트 – 매일 삶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글 벗들과 나눈다. 함께 함으로써 동력이 생기고 서로의 피드백과 격려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업스킬링을 위해 신경망 분석과 자연어 처리를 배우고 있다. 함께하는 공부 벗과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소중한 자원이다. 자주 방문하는 카페에서는 유용한 정보를 얻고 배운다. 이들 모두 넓게 퍼진 관계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다. 서로의 성장에 진심인, 그래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나의 공동체를 아낀다. 그저 감사하다.
관계 맺음은 공간, 시간,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그것에 적응해 가야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중심이 되다 보니 제한적인 관계망 안에 스스로 고립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나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인 것이 효과적이다. 소수와의 네트워크는 더 깊고 두텁게 만들고 공통 관심사와 지향점을 가진 공동체 안에서는 넓은 관계망을 만들어 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