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내 방은 모기 무덤이다.
벽에 붙어 죽은 모기부터 전기에 감전되어 죽은 모기까지.
밤에 발견된 모기는 수건에 맞아 죽는다. 잠든 내 귓가에서 '이이이이잉' 소리를 내면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야 한다. 제아무리 좋은 꿈을 꾸고 있어도 별도리가 없다. 불을 켜고 할머니가 로또 번호를 알려주기 시작하자마자 깬 사람처럼 이를 악 물고 눈을 부릅뜨고 모기를 찾는다. 하얀 벽에 얌전히 앉아 있는 모기를 보면 그 즉시 수건이 날아간다. "탁" 눈물인지 오줌인지 알지 못할 무언가를 벽에 남기고 바닥에 떨어진 모기가 다육이 화분에 마사토 아래 묻힌다.
텔레비전 보다가 발견된 모기는 손바닥 안에서 죽는다. 소파 뒤에 앉았다가 잠시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굳이 또 날아서 아기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내 눈이 번득이는 순간 손바닥 사이에서 모기가 뚝 떨어진다. 잠시 내 손에 흔적을 남겼으나 곧 물에 씻겨 없어진다. 역시나 다육이 화분 위에 고요히 얹힌다.
그나마 이렇게 죽은 모기들은 좀 인간적이다. 이럴 때 인간적이다라는 말이 적절한지 참 무섭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에게 죽었으니 인간적이랄 밖에. 그 손 닿는 것조차 싫어 이름도 무시무시한 전기 파리채가 등장했다. 버튼을 누르고 이리저리 휘젓기만 하면 지나가던 하루살이부터 나방까지 봉변을 당한다. 그렇게 죽은 모기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다육이 화분에 얹힌다.
가을이 온다. 잠시 내 방은 조용해진다.
내 옆에 누워 자는 사람도 조용해지기를.
본인 때문에 삶을 다하지 못한 모기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힘을 내기를.
하얀 꽃 한 송이 피워내며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