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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지 Oct 31. 2024

오늘의 동시, 그리고 끄적끄적 2

커피 한 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엄마가 마시는 커피는 이천 오백 원이 든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이천 오백 원이 열흘 쌓이면 이만 오천 원이라 하고

10년 후에는 30평 아파트에 이사 가야 할 것 아니냐 한다


엄마는 백날 모으면 이십오만 원이 되는 거 알아도

이 커피 한잔을 마셔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 한다


나는 아빠의 십 년 후가 궁금하면서도

엄마가 오늘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오늘 학교 마치고 학교 떡볶이 집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은 내 삶의 낙이다. 아침이어도 좋고 졸린 오후여도 좋고 친구랑 마시면 더 좋다. 매일 마시는 커피를 한약 때문에 못 마시게 되었다. 한약을 커피라 생각하면서 일주일은 잘 버텼다. 커피를 안 마시니 용돈도 오래 남아 있어 좋기는 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데 힘든 것은 왜일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물도 마시고, 비타민 음료도 마시고, 달달한 과일 음료도 마셨으나 키피 냄새는 늘 향긋하게 내 코를 유혹한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내게 커피는 항상 있었다. 커피라기보다 커피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매일 꼭 먹어야 하는 메뉴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받던 중학생 때부터 학교 시간 떡볶이집을 그냥 지나치는 일은 내게 너무 큰 고통이었다. 시원한 무과 꽃게가 들어간 국물에 빠진 어묵과 빨간 국물을 곱게 입은 떡볶이는 매일 내 지갑을 열게 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하루를 보상받았다. 호호 불면서 입에 넣던 어묵과 떡볶이 떡. 그 돈을 모았으면 아마 제법 되었으리라. 거기에 명절에 받은 용돈까지 합치면 제법 되겠지.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살아 대학 졸업할 때 목돈을 가지고 있었으면 내가 좀 더 좋았을까? 친구가 먹는 어묵과 떡볶이를 보기만 하고 통장에 차곡차곡  넣었으면 대학 생활이 조금 더 편했을까?

누구에게나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게 해주는 무엇인가는 다 있을 것이다. 나는 미래를 위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위해 지금 내 행복을 미루는 게 맞나 고민하고 싶지 않다. 다른 선택은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이리 재보고 저거랑 견주어보기도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이상하게 단호하다. 어린 시절부터 내게 간절했던 작은 일상이어서 그런가 보다. 성인이 되고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것은 커피가 되었는데 하루에 한 잔 마시는 이 커피에 십 년 후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 고생한 내게 보내는 위로를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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