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윰윰 Jan 29. 2024

나와의 인터뷰로 '책'을 쓰는 시간

한 달 동안 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충동적으로 미션캠프의 '인터뷰 캠프'를 질렀고
1월 1일부터 1월 말일까지
나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 달이 끝나고 편집 작업이 마무리되면
나는 2024년 1월에 '나'와 나눈 이야기들로
엮인 책 한 권을 갖게 된다.


출처:미션캠프 사이트

처음에는 나와의 인터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매일 문자로 질문이 배달된다. 이 질문에 24시간 내에 대답하면 되는데, 시간이 좀 지체되어도 괜찮다. 



구매 이후에 이러한 안내문자가 왔고, 나는 문자의 설명에 따라 노션에 작성되어 있는 답변 페이지로 접속했다. 매일 노션에 업로드 되는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면 되고, 그런 식으로 31일까지 쭉 쓰게 된다.


오늘 쓱- 썼던 내용을 훑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알찬 질문에 나 역시 성실하게 답변했다. 1천자 이내로 작성해야 해서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겨우 글자수를 맞췄고, 어떤 답변은 딱 970자 정도에 멈추기도 했고, 또 어떤 답변은 7-800자 정도 선으로 짧았다.


나는 주로 저녁에 일과를 마무리하며 노래를 틀어두고 쓰거나, 바쁠 땐 주말 아침에 몰아서 썼는데 나를 돌아볼 시간이 주어진 게 좋았고, 그게 2024년을 시작하는 때여서 뜻깊었다.


출처: 핀터레스트

이제 31일이 되면 한달 간의 작업이 끝난다. 표지는 모든 책에 통일된 디자인이 적용되고 '지금'을 표현하는 한 문장과 이름을 넣을 수 있다고.


출처: 미션캠프 사이트

자기소개 페이지에 넣을 글을 쓰고 이미지를 고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 기대된다.


진행되는 과정을 홈페이지에 정리해둔 게 있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하기와 같다. 


이번 년도에는 나의 이름으로 된 에세이집 하나 더 출간 혹은 브런치 등을 통해 완성하고 싶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이루었다는 생각에 재밌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의 기록이고 1권만 받을 거라서 나의 목표한 바와는 다르지만... 이렇게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나에 대해 정리해보면 올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했는데 실로 그러했다.


실은 오늘의 질문이 좋아서 주저리 간만에 글을 남기게 됐다. 하단에 오늘의 질문과 답을 남겨두고, 책이 완성되면 완성된 책자를 공유하겠다.



오늘의 질문은 이거였다. 다름 아닌, 나의 장례식!





 나의 장례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건 신기하다. 나는 꽤 오래 죽음에 대해 생각했으니까. 장례란 내가 이생에 없을 때 남은 자들 사이의 일이니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 스스로 죽는 방식을 택하진 않을 테니(세상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그렇다) 이왕이면 자연스럽게 자듯이 가면 좋겠다. 모두가 바라는 호상이란 건 어쩌면 이러한 모양일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길 바란다. 병원 아래일 수도 있고, 다른 어느 곳일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장례식장이되 음식은 맛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 장례식 때 우리는 돼지고기 맛있는 곳을 별도로 찾아서 고기를 떼왔는데 야들하고 맛이 좋아서 문상객들이 접시를 말끔하게 비우고 다시 찾는 바람에 추가 주문하기도 했다.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 많은 기억은 빠르게 휘발되지만, 맛있었던 기억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전이나 떡, 돼지고기, 과일을 비용 상관없이 맛있는 것들로만 대접하려면 나 역시 장례비용에 대해 죽기 전에 생각하고, 따로 정리해 둘 만큼의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평범하게 장례를 치르고 얼마간 사람들이 울고 나를 추억하고, 수목장으로 하고 싶다. 어차피 더 이상 영도 깃들지 않은 육신인데 어디에 묻어두고 싶지도 않고, 납골당에 함 안에 머물러 있기도 싫다. 어린나무를 자라나게 하는 거름이면 족하다. 


 바다나 강에 뿌려지고 싶기도 했는데 그곳에는 많은 영이 이미 모여 있을 거 같아서 나는 조금 더 한적한 곳, 나의 나무가 있는 공간이 좋다. 죽은 뒤의 세상은 어떠할까.


 나는 나의 장례식과 수목장 풍경을, 나의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까. 혹은, 그냥 퓨즈가 나가버린 것처럼 모든 게 암흑에 잠겨들까. 죽음 뒤의 세상은 알 수가 없고, 그 누구도 답을 모른다. 그저 걸어 나갈 따름이다. 



작가의 이전글 쉬어도 괜찮아, 이 말을 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